한국은행 폐쇄성 논란…금통위원 "자료 더 공개하라"

입력 2016-08-03 08:24  

이주열 총재는 국회서 '소극적 발언' 지적받아

한국은행이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바꿔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우리나라의 경제 통계와 분석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으로서 지나치게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한은 외부는 물론,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3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한은이 자료를 더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금통위원은 "경제 주체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책당국의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은의 분석자료를 대외에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등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금융안정보고서 등 법으로 규정된 보고서를 국회에제출하고 보도자료를 내지만, 내부적으로만 참고하는 자료도 많다.

금통위원의 발언은 한은이 인력과 시간, 예산을 투입해 활용할만한 보고서를 만들어놓고도 특별한 이유 없이 공개하지 않는다는 쓴소리로 들린다.

한국은행법 5조는 한은이 업무를 수행하고 기관을 운영할 때 공공성과 투명성을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은이 자료를 많이 공개해야 국민이 통화신용정책을 비롯한 한은의 업무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한은이 정부 등 외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각종 경제 현안에 관한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 이주열 총재가 국회에서 받은 지적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재정연구포럼 초청 강연에서 재정정책, 통화정책, 구조개혁 등에 대해 강연하고 여야 의원 30여 명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마지막에 마이크를 잡은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은 "한은 총재님은구조조정 등 정부가 추구하는 것에 대해 상시적으로 발언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뻔한 답변'으로 일관했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자본확충펀드 논란 등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쏟아졌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한은이 법적으로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음에도 너무 쉽게 독립에 대한 의지를 꺾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한은이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들만의 리그'는 좀처럼 깨지지않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한은 소식지에 실린 대담에서 "(외부에 있을 때) 가장 많이들었던 비판은 '한은은 잘 바뀌지 않는다', '변화에 소극적이고 경직적이며 폐쇄적이다'는 지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총재를 비롯한 한은 구성원들이 금융시장과 소통 등에서 뚜렷한변화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동안 한은은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택 지원을 비롯한 직원들의 과도한 복지 혜택과 지나치게 많은 상위 직급 정원 등의 문제를 지적받아왔다.

한은을 '신의 직장'이라고 보는 외부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과거의 틀에 갇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나아가 한은이 소극적인 태도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자칫 한국 경제를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은 정부와 정책 공조를 할 필요가 있지만, 상황에 따라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한은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바른 소리'를 내면서권위를 만들어야 하는 데 보신주의를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noj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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