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관제권 이관…'안전 강화' vs '민영화 발판'>

입력 2013-01-08 13:56  

정부 "철도안전 위해 관제·수송 분리해야"민영화 추진 포석 우려 여론도 일어

정부가 철도교통 관제 업무를 코레일에서 철도시설관리공단으로 넘기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철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민간 사업자에게 철도시장을 개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8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철도교통 관제업무의 이양 방안 등을 담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9일 입법예고된다.

철도 관제업무란 열차의 배정 등 운행과 관련한 각종 지시·통제를 포괄하는 기능이다.

지난 2005년 이후 코레일이 전담해 온 관제업무를 공단으로 이관하면 향후 민간사업자의 철도 운영사업 참여가 쉬워질 것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KTX 민간 경쟁체제 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해석이 고개를 든다.

이에 대해 정부는 철도교통의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 법령을 개정하려는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토부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현재 철도 운영 주체인 철도공사(코레일)가 관제권까지 행사하는 바람에 수익성과 수송능력을 올리는 데 치중해 안전사고 감독·관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차 수송 사업자인 코레일이 관제업무를 함께 맡다보니 안전보다는 비용 절감과 수익성 향상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1년 2월 광명역 KTX 탈선 사고, 지난해 4월 의왕역 화물열차 탈선 사고 등을 계기로 같은 달(지난해 4월)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철도 관제권 분리 방안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가에서 철도 운영자가 아닌 시설 관리자가관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관제업무 이양 결정의 배경이 됐다.

구 정책관은 "항공기와 선박 운항에서도 운송과 관제 기능이 완전히 분리돼 있는데 철도만 함께 행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관제업무 분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도 관제와 운영 주체가 나뉘면 오히려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반론도있다.

철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열차 차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선로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 정보 교환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앙과 현장의 관제실에서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통신해야 하는데 관제업무를 공단으로 이양하면 중앙과 현장의 관제 기능이 이원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열차의 관제, 신호체계, 통신 등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사고를 예방할수 있기 때문에 관제 업무를 떼어내는 것이 반드시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게다가 정부가 관제권 분리의 선진 사례로 제기한 영국 철도에서 민영사업자들의 난립으로 인한 신호와 통신 체계 부실로 대형 열차사고가 잇따랐다는 점도 반론으로 제기된다.

영국에서는 1997년 런던 서부 사우스홀에서 7명이, 1999년 런던 패딩턴역에서 31명이, 2001년 2월 북부 셀비 근처에서 10명이 각각 열차 충돌로 숨진 바 있다. 이들 사고의 원인으로는 대부분 통신 오류와 사업자간 정보교환 부족 등이 꼽힌다.

특히 관제업무 분리를 시작으로 민간 경쟁체제 도입이 본격화하면 요금 인상이불가피할 것이라는 염려도 나온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철도 요금이 90% 인상된 데 이어 지난 1일자로 또다시 평균 3.9% 올라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firstcircl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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