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주유소업계 "경쟁적 유통구조 지속하나" 우려>

입력 2013-02-24 08:31  

차기 정부 국정과제에서 석유유통 관련 내용이빠지면서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가 "이명박 정부의 '경쟁 촉진 정책'이 이어지는 것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1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석유 공급 인프라 확충이라는 원칙만 제시했을 뿐 국내 유통구조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유업계는 이에 대해 '경쟁'에 방점을 둔 이명박 정부의 석유유통구조 개선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석유유통구조개선 사업은 알뜰주유소 설립, 전자상거래 수입 물량 확대 등을 통해 정유 4사의 과점 체제를 깨고 기름 값을 잡겠다는 취지로 작년 초 도입됐다. 모두 '경쟁'에 방점을 둔 정책이다.

정유업계는 이 가운데 전자상거래 활성화 정책에 특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정부가 전자상거래용 수입 경유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한 작년 7월부터 연말까지 일본산 경유 수입액은 5억4천262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억895만달러에 비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달 현재 일본 경유의 시장점유율은 10%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공급하는 수입 휘발유 물량도 점차 늘고 있어 경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석유제품 수입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정유사 소속 대리점들이 속속 수입업등록을 하는 등 정부 의도대로 기존 유통구조에 균열이 가시화하고 있어 정유사들이점점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4일 "박근혜 정부 정책이 이전 정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일단 국내 유통보다는 해외 수출에 더욱 비중을 두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주유소업계가 받아들이는 위기감은 더 크다.

전국 1만3천여개의 주유소가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구조조정의 태풍 속에 있는 상황에서 싼 가격을 무기로 한 알뜰주유소가 출범하면서 '공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있다.

작년 12월 현재 경영난으로 휴·폐업한 주유소 수는 총 685개로, 5년 전인 2008년(369개)에 비해 85% 급증했다. 평균 매출이익률은 4% 남짓으로 카드수수료와 인건비 등을 빼면 사실상 적자 경영이다. 경쟁 촉진 정책이 반가울 리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가 규모 대비 주유소 수가 지나치게 많은 점에 비춰 구조조정은 필요하되 '연착륙식 퇴출'이 되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문을 닫으면 살길이 막막한 업주들이 많은데 이들의 생계를 보장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며 "현재 업계에서 추진중인 공제조합 설립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uc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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