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에 車·관광·유통 '울상'>

입력 2013-03-31 07:03  

항공사는 노선 점유율 상승…업종별 희비 교차정부, 환변동 보험 확대 등 수출 지원책 마련

산업계가 '엔저'에 울고 웃었다.

작년 말 출범한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이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를 전개함에따라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작년 저점 77.49엔에서 31일 현재 94.04원(3.29 기준)으로21% 올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국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수록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 기업의 고민은 깊어가는반면 일부 업종은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 車, 일본 브랜드 보다 성장률 저조…유통·관광 매출 급감 자동차는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도요타는 과거 엔화 약세를 틈타 미국시장의 점유율을 2005년 12.4%에서 2007년16.2%로 대폭 늘렸다. 엔저로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현지에서 판촉 마케팅과 인센티브 등을 확대할 여유가 생겼고 대미 수출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도요타와 혼다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작년 동기간에 비해 각각 14%, 4% 증가한 반면 현대차[005380]는 2% 성장하는 데 그쳤고 기아차[000270]는 3%감소했다.

앞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엔 환율이 10% 내리면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12%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업체들은 조선업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미쓰비시 중공업과 이마바리 조선은 한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LNG선수요에 대응하기 4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설계와 판매를 위한 합작사 MI LNG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JFE 홀딩스의 유니버설 조선과 IHI 마린 유나이티드가 합병한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가 탄생했다.

전자업계도 엔저로 체력을 회복한 일본 업체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제품 품질을 높일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진 관광·유통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작년 9월 30만8천882명, 10월 26만9천732명, 11월 24만9천481명, 12월 22만7천227명, 올해 1월20만6천474명 등으로 매달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다.

이병찬 관광공사 일본팀장은 "엔저에 더해 연일 북한 관련 이슈가 불거지자 4∼5월 한국여행 신규 예약이 거의 없어 방한 일본인은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내 주요 특급 호텔은 일본인 투숙객이 대거 감소했다.

롯데호텔 본점은 작년 10월 이후 일본 관광객이 30% 줄었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도 올해 1분기(1∼3월) 일본인 투숙객이 26% 감소했다고 전했다.

세종호텔은 엔저로 인한 투숙료 인하 효과와 여행객수 감소로 매출이 20∼30%빠졌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9∼12월 기준 일본인 매출이 전년에 비해 약 15% 감소한 데이어 올해도 10% 이상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광어, 전복, 키조개 등 고급 어종의 절반 이상을 일본에 수출하는 등 일본 수출비중이 높은 어업도 엔저로 매출 하락과 수출물량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 일본인 승객 줄었지만 항공노선 점유율은 상승 한국을 찾는 일본인 승객이 줄었지만 일본 항공사의 '탈(脫) 한국' 행보가 이어진데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승객이 늘면서 국내 항공사의 한일 노선 점유율은상승 곡선을 그렸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항공(ANA)은 하계 운항기간(3.31∼10.26) 한국·일본을오가는 정기편 규모를 축소했다.

JAL은 김포∼오사카 노선과 편당 좌석 수를 줄였고 ANA는 인천발 나리타·나고야·오사카행(이상 각 주 7회)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반면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한일 양국을 운항하는 국제선정기편을 전년 하계스케줄보다 각각 주 11회와 주 8회 증편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7월 인천∼나리타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항공업계가 한일 노선을 증편한 것은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숫자가 작년 9월14만5천7070명, 10월 16만8천138명, 11월 18만3천600명, 12월 19만9천900명, 올해 1월 23만4천500명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는 자국 수요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같은 노선에서 양국 항공사가 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엔화 가치 급락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줄고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환변동 보험 확대 등 수출 지원책 마련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엔저 현상이 본격화한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4천80억9천624만달러로 전년 동기(4천158억7천637만달러) 대비 1.9% 감소했다.

대아프리카 수출 감소폭이 23.3%로 가장 컸고, 대양주(-14%), 중남미(-12.2%),서남아시아(-7.5%), 유럽(-6.8%) 등으로의 수출도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합도가 큰 대양주, 아시아, 중남미 수출 급감한 것은 눈이띄는 대목이다.

개발도상국이 밀집된 이들 지역은 아무래도 가격 민감도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엔저로 가격쟁력을 갖춘 일본 상품의 선전이 두드러진 곳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화에 대한 엔화 약세가 연내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환 변동보험 지원을 1조1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환율 대응전략설명회를 열고 기업에 일대일 상담을 제공하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엔저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 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중소기업진흥공단은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늘리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약세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기업에 대한 수출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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