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정년 시대> ⑦"고마워서 더 열심히 일하죠"(끝)

입력 2013-05-05 06:01  

<<사진 있음.>>현대중공업, 작년부터 정년연장…애사심·작업효율 향상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우리는 행운아입니다.

회사가 고마워 더 열심히 일하죠." 작년 정년연장을 앞당겨 실시한 울산시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본부야드는 요즘 한창 분주하다.

곳곳에 우뚝 선 100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선박블록운반차들이 비상벨을 울리며 오가는 현장에는 그야말로 활기가 넘친다.

패널조립부의 문익환(59)씨는 젊은 동료와 연방 파란 불꽃을 튀기며 용접에 여념이 없다. 현장에 놓인 컨테이너 크기 만한 수백 개의 선박블록 안에 1∼2명씩 들어가 용접작업을 하고 있다.

문씨는 지난 1981년 입사해 올해로 33년째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용접 달인'이다.

만 58세가 된 작년에 퇴직했어야 하지만 지난해 7월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에서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2년 더 근무하게 되었다.

그와 같은 1954년생으로 노사합의가 아니었으면 지난해 퇴직했을 이 회사 직원은 9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 2008년 '정년 후 계약제도'를 도입해 정년(당시 58세) 후1년 더 일할 수 있는 길을 먼저 텄다.

그리고 4년 후인 지난해에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이다.

"정년연장 소식을 들었을 때 나와 가족들이 너무 기뻐했다"고 문씨는 말했다.

'나이가 들어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몸과 마음이 아직 젊다. 지금 같으면 70·80세까지도 일만 시켜준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건조1부에서 일하는 장길수(59)씨도 지난해 말 퇴직 대상자였다.

그는 정년연장 후에 신바람이 났다.

장씨는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에 정년연장이 웬 말이냐.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올해로 32년째 근무하는 장씨는 정년연장 후 출근시간이 더 빨라졌다고 한다.

울산 북구 매곡동에서 버스로 출퇴근하는 그는 오전 7시 전에 회사에 나와 일을시작한다. 젊은 동료로부터 '꼰대' 소리를 듣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정년연장 혜택을 받은 직원들은 젊은 근로자들보다 더 열정적이고,활기에 차 있다고 전했다.

박명구 차장은 "나이가 든 직원들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회사에서 특근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자청한다"고 귀띔해 주었다.

요즘의 젊은 근로자들은 퇴근 후나 주말이면 가족·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기기 위해 특근을 꺼리지만 나이 든 직원들은 가족보다 회사의 일을 먼저 생각하는 사명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들은 원청업체에서 퇴직하는 근로자들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30년 이상 선박건조 등 현장에서 일한 노하우를 활용하면 작업능률을 훨씬 높일수 있고, 퇴직자를 고용하는 것이어서 임금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처럼 다른 기업보다 한 발짝 앞선 정년연장으로 직원의 애사심과 작업효율을 높이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부담은 59세부터 개인별 직무환경 등급에 따라 일부 조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노사의 이같은 윈-윈 전략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천30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청년을 채용할 계획이다.

정영욱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지난해 정년연장에 합의하자 모든 직원이 환영했으며, 현장에 새로운 활력이 넘치게 됐다"며 "노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정년퇴직 후에도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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