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채용방식 변한다…열정·잠재력 우선>

입력 2013-05-21 11:00  

기업들, 스펙 탈피해 '숨은인재' 찾기 경쟁

대기업의 인재 채용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전공, 자격증 등 '스펙'에서 벗어나 도전적인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숨은 인재'를 가려내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상반기 채용을 마무리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기업들이 정형화된 채용기준에서 벗어나 구직자가 가진 열정, 도전정신, 전문성, 창의성 등을 중요 요소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고졸, 장애인, 저소득층 등 다양한 계층의 인재를 별도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 상식 깬 인재찾기 경쟁…'스펙' 전형 사라져 우선 기존 서류, 필기시험, 면접이라는 형식에서 벗어나 오디션 형식으로 원하는 인재를 가려내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SK그룹은 'SK 바이킹 챌린지 예선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구직자가 오디션 형식을 통해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소개하게 했다. 지난달 열린오디션에는 10만원으로 14개국을 106일동안 무전여행했거나 자신이 디자인한 시계로1인 창업에 도전한 사람 등이 대거 지원했다.

KT[030200]도 올해 '올레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오디션방식으로 자신의 이력과 열정을 소개한 지원자를 추려 서류전형을 면제해주고 있다.

지원서류에 학점, 토익점수 등 '스펙'을 채우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도 특징이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지원서에서 사진란, 부모님 주소, 제2외국어 구사능력,고교 전공 표시란 등을 삭제하고 얼굴이 가려진 상태에서 모의면접을 보는 Ƌ분 자기 PR'를 온라인 화상 면접으로 확대했다. 하계 인턴사원 채용과정인 'H 이노베이터'에서는 실기전형으로만 1차 합격자를 선발한다.

삼성그룹도 '스펙' 순위로 합격자를 추려내는 일반 서류전형과 달리 일정 요건을 갖춘 지원자 모두에게 삼성 직무적성검사인 SSAT에 응시할 기회를 줬다. 이에 따라 지난달 120개 시험장에서 10만명 이상이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LG그룹은 1995년 처음 시작된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저'를 통해 스펙과 상관없이 대학생들의 해외 탐방보고서 심사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졸업예정자는 신입사원, 재학생은 인턴사원으로 선발한다.

◇ '맞춤형 인재' 뽑기 시도 활발…대졸학력 제한 폐지도 전공과 채용부문간 벽을 허문 융합형 인재를 채용하거나 인적성 검사를 폐지하는 새로운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력을 갖춘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올상반기부터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직무로 특별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전형을 한다.

상·하반기 100명씩 총 200명 규모의 훈련생들은 6개월간 소프트웨어 심화교육을 받은 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정식 채용된다.

롯데그룹도 '대졸 공채'라는 명칭을 'A-그레이드(grade) 신입사원 공채'로 바꾸며 대졸학력 제한을 폐지했다. 고졸 학력자도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이 가능해지고입사 이후에도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한화그룹은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인적성 검사를 폐지했다. 채용 전형기간도 2.5개월에서 1.5개월로 줄였다.

두산그룹은 신입사원 채용 서류전형에서 학점 기재란 없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형식으로 된 DBS(Doosan Bio data Survey)를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005490]가 인턴 채용 지원서류에 학력, 출신교, 학점, 사진 기재란을 삭제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서술한 에세이를 제출토록 한 것 역시 맞춤 인재를 선발하려는 노력이다.

효성그룹도 수험표와 이름을 제외한 학력, 출신 지역, 전공 등 정보를 배제한 '블라인드 면접'을 하고 있으며 CJ그룹도 서류전형 지원시 학력 및 사진 등을 제외시켰다.

◇ 고졸·지방대생 '숨은 인재' 찾아라 고졸, 여성, 지방대, 장애인, 저소득층 등 다양한 사회계층을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차는 향후 10년간 마이스터고 2학년생을 대상으로 총 1천명의 우수인재를미리 선발하고 학비보조 및 단계별 집중교육을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지방대생에 대한 채용도 확대해 나간다.

두산그룹은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과 연계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두산중공업[034020]은 부산 자동차고, 서울 수도전기공고, 창원 기계공고 등에 '두산반'을 설치,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에 대한 사전 업무 교육과정을 거쳐 선발하고있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도 군산 기계공고에 두산반을 운영 중으로 지난해 고3, 고2 학생들을 선발했다.

삼성그룹은 일반 공채 외에 3급 고졸공채를 신설, 고교 졸업생의 취업기회를 확대했으며 3급 신입사원 공채에서도 지방대생은 35%, 저소득층은 5%까지 채용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SK텔레콤[017670]에서 시범 실시한 지방대생 채용을 올해는 전계열사로 확대, 대졸 채용 인원인 4천300여명 중 30% 이상을 지방대생으로 뽑을 계획이다.

LG그룹도 지방대 및 전문대 출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교수 추천, 지방현장 순회 채용, 공모전 및 경진대회 출신 실무역량 보유자 우선 채용 등을 도입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고졸대상 공채와 고교 2년생 대상의 채용전제형 인턴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고졸 채용자를 위해 기업대학을 운영하고 5년간 일정수준의 성과를낸 직원에 대해서는 대졸 직원과 같은 직무 전환과 승격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능력중심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기업들의 채용 문화가 변하고 있다"며 "구직자들도 천편일률적 스펙 쌓기보다는 자신만의 장점과 열정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전경련의 설문조사 결과 취업을 준비하거나 스펙을 쌓기위해 대학을 4년만에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하는 구직자가 전체의 5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jo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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