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①국내 유일의 상업 철광석 광산을 가다

입력 2013-05-26 11:01  

현대화로 철광산 명맥 유지, 원가절감·증산 위해 수갱 신설

"요즘에는 막장이라는 말의 뜻을 좀 다르게 사용하네요…" 24일 강원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 소재 신예미 광산을 안내하던 김문호 한덕철광조사실장이 '막장'이라는 단어의 새로운 용법을 얘기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을 의미하는 광업 용어다.

최근에는 사회 통념이나 질서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소설 등에 '막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광업 경력 25년의 김 조사실장에게 막장은 땀 흘리는 노동의 현장이며자원 탐사의 첨단이다.

신예미 광산으로 들어가는 성진갱 입구는 예미산 중턱 해발 530m 지점에 있었다.

이곳은 한덕철광이 운영하는 광산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광석을 상업적으로생산한다.

경사도 약 8도의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지프형 차를 타고 3㎞를 이동해 최초 출발 지점보다 350m가량 낮은 지점에 도착하니 철광석을 채굴하는 막장에 도착했다.

끝이 잘 보이지 않은 거대하고 깊은 구멍을 헤드라이트로 비추니 차가운 공기와함께 미세한 먼지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추락할 수 있으니 조심해요." 굉음을 뚫고 직원의 경고가 귓전을 울렸다.

장공 천공기라고 불리는 초대형 드릴을 가진 장비가 쿵쾅거리며 철광석 암반에구멍을 뚫고 있었다.

35m까지 구멍을 낼 수 있는데 이곳에 장약을 장착해 폭파하는 방식으로 철광석을 채취한다고 한덕철광 관계자가 설명했다.

곡괭이와 삽 등을 이용한 인력 채굴이 사라진 것은 까마득히 오래전이다.

탐사 정보를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3차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고 하니 광업도 융복합 시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분진·진동·소음이 가득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하는 작업이라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어 보였다.

철광석은 트럭 운송과 수갱 운반 2가지 방식으로 지상으로 이송된다.

막장에서 차로 몇 분 떨어진 거리에는 325m의 수직갱도(수갱)가 설치돼 있었다.

수갱은 철광석을 실어나르는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공간인 셈이다.

한 번에 철광석을 4.5t씩 지상에 운반하므로 트럭으로 실어나르는 것(1회 40t)에 비해서 1회 운송량은 약 9분의 1 수준이다.

트럭이 성진갱 입구까지 한번 왕복하는 데 50분이 걸리는 데 반해 수갱을 따라지하에서 지상까지 광석을 실어나르는 것은 9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결국,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수갱을 이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지상으로 옮겨진 철광석은 몇 번의 분쇄와 자석을 이용한 분류 과정을 거쳐 선별된다.

자석을 이용해 철(Fe) 성분의 함량이 낮은 광석과 높은 광석을 분류하는 것이다.

철 함량이 42%가량인 정광은 바로 제품으로 출시되고 22% 수준인 저품위 광석은 물과 자석을 이용한 습식 선광[003100]을 거친다.

광석을 모래알처럼 가늘게 분쇄하며 물과 섞어 흘려보내고 세기가 다른 자석을이용해 반복적으로 걸러낸다.

여기서 골라낸 광석을 탈수하면 철이 55% 들어 있는 고품위 정광이 생긴다.

시설투자를 한 덕에 함량이 높은 철광석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철 성분이 8% 정도 들어 있는 저품위 정광은 시멘트 제조사 등에 보내 골재로사용한다. 운반비 때문에 여기서는 이윤이 남지 않아 새로운 처리 방식이 필요해 보였다.

중간에 얻어진 철 22%의 정광은 용도에 따라 제품으로 출시된다.

한덕철광은 광산 하부에 매장된 철광 생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수갱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비 가운데 광석을 지상으로 실어 내는 운송비 비중이 큰데 갱도를 따라 트럭으로 실어나르는 방식은 깊이 들어갈수록 비용이 급격히 늘어난다.

한덕철광은 수갱 운송 70%, 트럭 운송 30%로 돼 있는 현 방식으로 생산하면 2018년 이후 적자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길이 650m, 지름 3.5m의 수갱을 신설해 운송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국내 철광산의 맥을 이을 수 있을지가 여기 달린 셈이다.

김 조사실장은 "작업을 마치고 갱도 입구로 나오며 빛을 다시 볼 때 기분이 좋다"며 "이제 수갱을 신설하기만 하면 가격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sewonle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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