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 내세우는 재계…경제 불안감 확산>

입력 2013-06-26 16:17  

"규제·사정 불만에 비관론 과잉"…"경제 볼모로 협박" 지적도

재계가 기업의 해외이전, 즉 경제 엑소더스와투자 위축 우려를 내세워 경제민주화 규제 움직임 등에 반발하면서 경제계 안팎의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 엑소더스, 경기침체 장기화 등 비관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가 시작된 이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전경련이 26일 개최한 '경제엑소더스 가능성 및 대책' 심포지엄에서도 기업에대한 각종 제도적 부담 등이 지속될 경우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 확대돼 국내 산업의 생산 및 국민소득의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다.

전경련은 지난 4일에는 '한국경제의 엑소더스가 우려되는 7가지 징후'라는 보고서도 냈다.

전경련은 "경제성장의 주요 동인(動因)인 기업들이 한국경제를 이탈할 경우 우리 경제의 구조적 침하가 가속화하면서 저성장 구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국책기관의 예상과 달리 재계연구기관들은 국내 경기 회복이 불투명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및 경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실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 자료도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다소 과장된 비관적 산업경제 전망이 계속 나오는데도 기업들이 이를 특별히 반박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방향으로 우리 경제가 하향곡선을그리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계가 이렇게 한국 경제를 암울하게 전망하는 이유로는 경영환경이 실제 어려워지는 점도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경제민주화 규제 및 사정기관의 기업압박에 대한불만도 작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대기업 간부도 "기업 총수들에 대한 고강도 사정과 기업활동을 옥죄는 전방위 규제가 쏟아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제가 잘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하겠느냐"며 속내를 드러냈다.

전방위적인 비관론 전파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계가 지나치게 미래 한국경제에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재계가 경제민주화 법안을 좌절시키기 위해근거없는 논리를 갖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기조와 세계적 경기침체 영향 때문에 투자를 줄이는 것이지, 경제민주화 규제 때문에 투자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위 연구위원은 또 "경제 엑소더스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기업들이 해외공장을 두는 이유도 현지 소비시장이 가깝다는 등 여러 장점 때문이지 국내 규제를피해 해외로 나간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1990년대 중반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계속돼 재벌개혁이 논의될당시 재계가 고임금·고금리·고지가·고물류비·고규제·과소비 등 6가지 장벽이기업활동을 저해하고 있다며 본사를 해외로 옮기겠다고 압박했던 일을 상기시키기도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시 재벌들이 개혁을 거부했던 결과가 바로 1997년 외환위기"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한기 경제정책팀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민주화 시책에 부응하지는 못할망정 엑소더스를 경고하고 투자를줄이는 것은 일종의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주체인 기업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작위적인 비관론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불어올 역풍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심리위축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국가경제를 빌미로 삼아 국민을'협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jo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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