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박삼구-찬구 형제, 형수 빈소에서 어색한 만남>

입력 2013-09-24 22:06  

몸을 살짝 굽히며 악수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나란히 서서도 한마디 말도 없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형제 사이지만 법적 다툼까지 벌이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맏형수의 장례식장에서 어색하게 만났다.

24일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세브란스병원.

저녁 무렵 미국에서 유족이 도착했고 박삼구 회장도 일찍부터 빈소를 지켰다.

나중에 접객실에 온 박찬구 회장은 절을 한 다음 고인의 딸인 미영씨 등에 이어 형박삼구 회장과 손을 살짝 잡았다.

박찬구 회장은 형과 동생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섰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이날 사실상 상주 역할을 하며 조문객을 맞았지만 한산할 때도 눈 한번 마주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냉랭함이 감돌았다.

형제가 만난 것은 지난 7월 둘째 형인 고 박정구 전 금호 회장의 기일 이후 2개월 만이다.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박찬구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도 나란히 있었지만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어색한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냈다.

양측은 최근 금호석화가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린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안을 물고늘어진 일로 첨예하게 부딪혔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출자전환이상호출자금지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질의했고 공정위는 이 때문에검토에 들어갔다가 결국 지난주 구조조정안을 승인한 바 있다.

양측은 몇년 전부터 법정 싸움을 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073240]를 그룹에서 제외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고법에서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금호' 상표권을 놓고 금호석화의 자회사인 피앤비화학은 지난 5월금호산업에 브랜드 사용료 90억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럼에도 양측 관계자들은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힘든 일을 같이 겪으면 마음이 풀릴 수도 있으니까이번 일을 계기로 두 분이 화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이날 박지원 의원을 비롯해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전윤철 전 감사원장, 신승남전 검찰총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발인은 26일이다.

kimy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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