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상의회장 "양적완화 충격 거의 없을 것"

입력 2014-01-01 13:00  

"기업들 빠르게 자정 노력…의도 나쁜 집단 아니다"

"기업의 변신 속도는 다른 어떤 부문보다 빠를 겁니다. 변할 생각이 없는, 의도가 나쁜 집단으로 몰아가선 안 됩니다." 14만여 상공인을 회원으로 둔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1일 서울 남대문로상의회관에서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기업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기업의 자정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두산그룹 회장인 그는 대기업 총수의 잇따른 사법처리 등 지난해 재계 이슈와관련, 기업이 성장통을 앓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기업들은 이제 변화 요구에 저항하지 않는다. 자정 노력엔 사회가 박수를 좀 쳐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이어 미국의 양적완화(QE)가 시작됐지만 우리나라는 직접 영향을 받는 신흥국 중 어떤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며 기업에 미칠 여파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대·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경제단체 수장으로서 동반성장 정책의 방향을주문했다. 아이를 온실에서 기르면 체력이 약해지듯 중소기업을 위한 칸막이 규제에는 반드시 한시성을 두고 그 기간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이 시작됐는데 미칠 여파는 ▲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직접 영향받는 나라는 과소비국, 핫머니 과다유입국,버블국가들이다. 주식·부동산·자산가격에 거품이 있다면 충격이 전해질 때 금융부실, 돈줄 경색, 연쇄부도가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거품이 꺼질 우려도 없다. 과소비국은 절대 아니다. 테이퍼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자.

그럼에도 우리 경제가 선진국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외부변수에서 환율이 갑자기충격을 받는 경우엔 정부가 이를 완화하게끔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대신 수출은 고환율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보다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 성장엔진이 다소 식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재계에선 어떻게 보나 ▲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순수출과 내수, 투자, 정부지출을 더한 것이다. 수출은 낙수(落水) 효과가 많이 줄었다. 투자는 경기가 좋을 땐 해외부터 늘어난다.

정부지출은 세수 부족으로 난리다. 결국 출구는 내수밖에 안 남았다. 내수를 어떻게진작하고 고용 승수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느냐가 키(key)다. 성장률이 4%넘어 5% 가까이 가면 경제계에 박수를 보내야 할 분위기다. 3%대라고 걱정할 게 아니라 시각의 기준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 제2 한강의 기적, 창조경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 한강이란 용어 때문에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고들 하는데, 정부의 방향성은맞다고 본다. 다만 기업가 정신이 과거 '하면 된다'에서 '현명하게 끝까지 솔루션을찾는 것'으로 변했다. 인프라에 대한 요구도 바뀐다.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중요하다. 제조업 중심(Manufacturing-driven)에서 혁신중심(Innovation-driven)으로 가야한다. 창조적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등이 요구된다.

-- 통상임금 판결을 놓고 재계와 노동계에서 서로 이겼다고들 주장한다 ▲ 중장기적으로 임금 압박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쪽, 저쪽이 이겼다고 하는데각론에 해당하는 후속 소송을 보면 판명될 거다. 이제 판례에 의존할 건 아니고 법으로 분명히 정해야 할 때다. 임금체계 등을 명시해 논란을 없애야 한다.

-- 연말 철도파업이 핫이슈였다. 갈등구조는 심각하고 소통은 부족한데 ▲ 이슈가 뭔지 좀 더 파고들어가면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쉽다. 동일한 걸 놓고 한쪽은 민영화 아니라고 하고, 다른 쪽은 그렇다고 하니… 그러고서 무슨 갈등이 있건 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늘어놓고 양쪽끝에 두 개씩만 갖고 있으면 소통이 안 된다. 내가 국회에 가서 소통할 때도 주변에선 '설득이 되겠느냐'고 했지만 막상 얘기를 들어보면 1,2가 아니라 4,5까지 가도 되겠구나 해서 타협이 된다.

-- 재벌총수니까 돈 많으면 행복할 것 같으냐는 질문도 받겠다 ▲ 솔직히 돈이 많으면 좀 편안하다는 건 맞다. 하지만 행복의 잣대는 별개다.

행복은 이벤트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아무 특별할 것 없었던 일상에서 오는 것 같다. 어제 저녁 식구들하고 밥상에 둘러앉았을 때 편안하면 그게 행복인 것 같다.

-- 두산이 '사람이 미래다'라는 메시지를 젊은이에게 전했는데 요즘 젊은이의장단점은 ▲ 자기표현에 능숙하고 관행적 속박을 받지 않아 창의적이다. 강요된 적응이아닌 자발적 적응을 잘한다. 국가관이나 공동의 선에 대한 생각은 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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