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내부수장' 낙점…외풍 막을 수 있을까>(종합)

입력 2014-01-16 18:15  

<<내부출신 CEO 기용에 대한 업계 해석 추가해 재구성>>정치색 없는 순수 엔지니어에 '기술 도약' 기대한 듯'필드 출신' 아니지만 네 명 연속 '내부 전통' 이어가

포스코[005490]가 16일 차기 회장에 권오준(64)포스코 사장(기술부문장)을 내정함에 따라 김만제 전 회장 이후 네 명 연속 내부인사에게 총수 자리를 맡기게 됐다.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출신의 김 전 회장을 제외하면 전원 '포철맨' 출신이라는 전통을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업계 주변에서는 포항·광양제철소장 등 주요 포스트의 현장 경험이나경영·재무 핵심 라인에 거의 근접하지 않았던 순수 CTO(최고기술책임자)인 권 사장의 CEO 기용을 의외의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장 소장도 해보지 않은 엔지니어 출신이 매머드 철강 기업의 회장직에 오를 수 있느냐'는 시각의 이면에는 '지금껏 구현되지 않은 기술적 도약'에 방점을 찍으려는 '미래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정치바람 타지 않은 인물…"'드림팀' 경영진 필요" 포스코 CEO 후보 내정 소식이 전해 들은 포스코 고위 임원 출신의 한 인사는 "일종의 모험이지만 색다른 시도 아니겠느냐"라고 운을 뗐다.

이 인사는 "권 사장은 CTO로서 그동안 대외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회장으로 낙점될 것으로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포스코의) 내외부에 뭔가 변화를줘야 한다면 이런 분을 내세울 법도 한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특히 포스코가 민영화 이후 줄곧 경영실적이 좋지 못했다는 점이 안팎에서 변화요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인사는 "포스코가 경영실적이 좋다면 과거처럼 필드 출신 철강맨이 적임자일수 있겠지만, 미래에는 분명히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포스코의 미래 사업영역을 유추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며 권 사장의 CEO 후보 내정을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를 오로지 철강기업으로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종합소재기업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포스코의 미래를 철강이 아니라 첨단소재부문에서 찾는다면 권 사장 같은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포스코 실적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고 소재·에너지 분야가30∼40%로 올라오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분석인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준양 회장이 향후에도 뭔가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가 내재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에는 일제히 선을 그었다.

업계의 한 인사는 "정 회장과 권 내정자가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선후배 사이라는 건 정말 우연한 관계일 뿐"이라면서 "정 회장이 매끄럽게 경영권을넘기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그건 정말 억측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권 사장이 CEO로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최적의 전열을 갖춘'드림팀'을 꾸려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나온다.

자신이 정치적 바람을 타고 온 CEO가 아닌 만큼 기술 외적인 분야에서 닥쳐올험난한 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참모 라인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 역대 회장 7명 중 6명 '내부출신' 포스코에는 고 박태준 창업주부터 현 정준양 회장까지 모두 7명의 CEO가 있었다.

황경로 전 회장(1992년 10월∼1993년 3월 재임)은 포항제철 관리부장 출신이고,정명식 전 회장(1993년 3월∼1994년 3월 재임)도 포항제철 토건부장 출신이다.

유상부 전 회장(1998년 3월∼2003년 초 재임)은 잠시 삼성중공업[010140] 사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해 20년 넘게 현장을 지키며 임원에 오른 '포철맨'이다.

2000년 민영화 이후 CEO에 오른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2월 재임)도 1969년 포철에 들어와 열연기술과장·수출부장 등을 지내며 포스코에서 한우물을팠다.

정 회장 역시 1975년 포철에 입사해 광양제철소장 등을 거친 정통 포스코맨으로분류된다.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CEO 후보인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권사장은 1986년 포철 입사 이후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을 거쳐 2012년부터 기술부문장을 맡고 있다.

김만제 전 회장 만이 5공 시절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유일하게 외부에서 영입된 CEO다.

사실 이번 CEO 내정 절차를 앞두고도 외부 인사가 영입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관측이 있었다.

정 회장이 지난해 11월 15일 이영선 이사회 의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을 무렵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원길 전 의원, 진념 전 부총리 등의이름이 오르내렸다.

또 CEO 추천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는 오영호 코트라 사장, 양승석 현대자동차[005380] 고문, 손욱 전 농심[004370] 회장 등이 거론됐고 오 사장은 5명의 최종 후보군에 들어가기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수가 중도하차하는 사태가 반복된 점도 포스코가 외풍에영향을 받는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결국 권 사장이 최종 낙점을 받음으로써 항간의 관측을 무색하게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외압에 쉽게 휘둘리기 쉬운 지배구조의 단점을 불식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CEO 승계협의회·추천위원회 등의 절차가 제대로 작동함으로써 해외주주 등에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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