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세쌍둥이 육아' 두 토끼 잡은 벽안의 여사장>

입력 2014-03-09 07:07  

부임 1년 맞은 브리타 제에거 벤츠 코리아 대표

"남편과 한 팀으로 뭉쳐서 세 쌍둥이를 키웠습니다. 제가 오늘의 위치에 있는 건 아이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3월 낯선 한국 땅에 들어와 부임 1주년을 맞은 브리타 제에거(45·여)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세 쌍둥이의 엄마다. 올해 우리 나이로 13살이 되는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다.

연합뉴스와 서울 남대문로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제에거 사장은 1조원대 매출의회사를 이끄는 '워킹맘'이지만 육아의 고단함이나 업무 스트레스가 묻어나지 않는밝은 인상이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그의 경영 실적은 여러모로 개인사에 관한 궁금증도 불러 일으킨다. '가족을 독일에 두고 일에 전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이 의문의 바탕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남편(한국말로) here(한국에 있어요), kids too(아이들도 같이 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 그러면서 혁혁한 실적의 공을 벤츠 코리아 직원과 딜러들에게 돌렸다.

"한국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한국의 직원과 딜러들은 아이디어를내면 반드시 실행에 옮긴다는 걸 알게 됐고, 거기에서 한국인들의 열정을 느낄 수있었습니다. 제 역할은 틀(framework)만 제시하는 것이었죠." 겸양이 짙게 밴 태도는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다. 국내에선 일과 육아의 병행 문제가 정책 화두가 될 정도로 심각한데, 비결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에서였다. 자연스레 질문은 그가 글로벌 유력 기업의 임원으로 성장한 독일 근무 시절로 옮겨갔다.

"비결이라고 따로 말씀드릴 건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변호사로서 업무에 나름여유가 있는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자신이 세 쌍둥이를 먹이고 등교시킨 뒤 출근하면 오후에 남편이 일찍 퇴근해아이들을 돌봤고, 그래서 직장을 다닐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본사의 배려도 도움이 됐다.

주말에는 업무를 잊은 채 무조건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는 그는 "아이들과 함께있었기 때문에 제가 재충전이 됐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벤츠, 포르셰 본사가 있는 독일의 자동차도시 슈투트가르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제에거 사장은 올해로 벤츠 입사 25주년이다. 70만 인구의 도시에 3만∼4만명이벤츠나 그 협력사에서 일할 정도로 고향은 자신의 회사와 밀접했다. 어려서부터 벤츠에 입사하고 싶었고 뜻한 대로 꿈을 이뤘다.

마케팅 전문가인 제에거 사장은 본사에서 부품 판매·마케팅 임원으로 승진했고마침내 최고경영자(CEO) 직함을 처음 달고 한국에 왔다. 그리고 교통이 복잡한 한국에서도 운전을 즐길 정도로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최근에는 제주까지 차를 몰고 여행을 다녀왔다.

"한국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택시 운행이 운전의 큰 변수인데, 어디서 손님을태우는지를 이제는 대충 알 것 같아요" 지난주에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뒤에 오던 차량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보느라전방을 보지 않고 제에거 사장의 차를 들이받았던 것. 추돌 속도가 매우 느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이 사고가 그를 새삼 일깨운 건 자동차 산업에서 아무리 IT기술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해도 '안전'이 고객의 최우선 가치라는 점이다.

그는 "IT 기술이 자동차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높아졌지만 자동차 고객들은 여전히 안전과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제일 중요시한다"며 "한국에서도 이런가치를 최우선으로 해 고객 만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도 남달랐다. 향후 2∼3년간 연구개발 센터 건립 등에 1천억 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한 제에거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라며 "이 시장에서 많은 걸 배워야 하고, 성장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jooho@yna.co.kr, prayer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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