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환경부-산업계 갑론을박>

입력 2014-06-01 11:00  

환경부 "시장원리로 부담 완화" vs 산업계 "실익없이 경쟁력만 훼손"

환경부가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을 마련하는 등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이 가시화하면서 규제 대상이 되는 산업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대상 업체별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전체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제도다.

제조업을 주력으로 한 국가 중에서는 독일을 빼면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가장 먼저 시행하게 돼 우리나라로선 점차 확대돼 가는 국제 탄소시장에 적극 대비하고 환경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산업계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참여없이 우리나라만 조기 시행하게되면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거두지도 못한 채 국가적인 산업경쟁력을갉아먹을 우려가 크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 비율을 정했던 교토의정서 체제가 2011년 사실상와해된 뒤로 현재는 2020년 이후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신기후체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제적 구속력이 없어진 상황에서 자국 산업경쟁력 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참여국가는 유럽연합(EU) 28개국과 뉴질랜드, 스위스, 카자흐스탄 등 38개국이다. 독일을 빼면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서비스업 중심의 국가들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은 지역단위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신기후체제가 들어서면 그간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은 인정받지 못한 채 202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다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미국 등 배출량이 많은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효과도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이 이번에 낸 공동성명 요지도 별다른 이득없이 국가적 손실로만 작용할 배출권거래제를 왜 굳이 우리나라만 먼저 시행하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먼저 환경부의 최근 배출권 할당계획안이 2009년 과소전망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을 경제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2012년에 산업계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이 환경부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보다 2천800만t이나 많았다는 것이다.

산업계가 2010년 실배출량을 기준으로 추계분석한 결과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전망치는 8억9천900만t으로 정부 예측치 8억1천300만t보다 10%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추가부담액이 5조9천762억원에서 최대 28조4천59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력 수요가 많은 철강업종에서만 정부와 업계가 보는 할당량 차이가 4천29만t으로 추가 부담액이 8천461억∼4조29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중 75%는 포스코[005490]의 몫이다.

이렇게 기업부담이 늘게 되면 산업경쟁력을 악화시켜 기업과 공장을 해외로 내쫓고 전기요금 및 제품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 부담을 늘리며, 일자리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산업계는 경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간 법인세수 35조원에 맞먹는 준조세 성격의 새로운 기업 규제가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배출권 거래제가 시장원리에 기반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이 높으면 고효율의 감축기술 도입을 촉진해 산업구조를 저탄소 구조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륜민 환경부 배출권거래제 준비기획단 과장은 "배출권거래제는 목표관리제에비해 비용 효율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제도"라며 "직접규제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60%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배출권 거래제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행중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하에서도 똑같이 발생하는데도 산업계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산업계가 추산한 추가비용은 설비개선, 효율증진 등이 전혀 없다는 비현실적 가정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1차 계획기간인 2015∼2017년에는 배출권이 100% 무상으로 할당되기 때문에 기업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계 사이에서는 이밖에도 기업들이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 전기, 스팀 등 '간접배출'에 대한 이중 할당 문제, 전기요금 인상 전가 가능성,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 가능성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합당성 논란을 부추긴 것은 산업계를 배제한 환경부의 논의 과정 탓이라는 시각도 있다. 환경부가 할당계획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운영한 민관추진단이나 상설협의체에 산업계 인사는 배제됐던 것으로 경제단체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할당량 논의는 전문가 중심으로 기술적인 협의가 이뤄졌고 산업계의 의견은 공청회를 통해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의 기반이 되는 배출허용 총량은 1차 계획 기간에 16억4천만t으로확정됐다.

환경부는 2일 배출허용 총량을 놓고 공청회를 연 뒤 7월 말까지 할당 대상업체를 지정하고, 8월 말까지 할당 신청을 받아 10월에는 개별 기업의 배출권 할당량을정할 계획이다.

jooho@yna.co.kr, minor@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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