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모임에 에쓰오일·한국GM 불참한 까닭은>

입력 2014-06-05 11:55  

이미 대규모 투자 집행 중 "더 이상의 '성의' 부담됐나"

정부는 5일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30대 그룹사장단을 '비상소집'했다.

이날 모임을 주재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이 투자를 조기 집행하고 고용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3일 일정을 통보한 지 이틀만에 모임을 열어 시간이 촉박했지만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 LG화학[051910] 등 27개 주요 기업의 경영인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채운 가운데 에쓰오일과 한국GM, 대우건설[047040] 등 3개 업체는 불참해 눈길을 끌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에쓰오일과 한국GM은 '사장과 부사장이 모두 해외출장 중'이라고 불참 사유를 알려왔다.

그러나 실제 속내는 조금 다르다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두 기업이 연초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이미 '선물 보따리'를풀었기 때문에 굳이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는 추측이 나온다.

에쓰오일은 청와대 간담회를 통해 숙원이었던 공장 부지를 확보한 뒤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집행 중이다.

이 업체는 5천190억원에 매입한 울산 석유비축기지 부지 92만㎡에 2017년까지 5조2천억원을 들여 중질유 분해시설과 복합 석유화학시설,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이후 3조원 이상을 추가 투자해 석유화학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또 2019년까지 3천953억원을 들여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석유화학기술센터를 짓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작년 한해, 전년보다 144% 증가한 4천6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도 청와대 간담회에서 "한국GM은 글로벌 GM의 중요한수출기지"라면서 "앞으로 계속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인천 부평 본사내 디자인센터 증축 공사를 완성했다.

이 업체는 400억원을 투입해 센터 규모를 종전 7천640㎡에서 1만6천640㎡로 2배이상 키워냈고 외관과 내부 디자인, 디지털 디자인과 모델링, 스튜디오 엔지니어링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

이번 증축으로 규모 면에서 글로벌 GM의 '넘버 3'가 된 부평 디자인센터는 디자인·연구개발·생산시설을 모두 갖춘 GM의 전 세계 7개 사업장 가운데 하나로 위상을 재정립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비상소집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두 업체는 이미 대대적으로 투자를 집행 중이라 밑천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SK그룹은 모임을 마친 직후, 조만간 국민관광상품권 100억원어치를 구입해임직원들이 주말이나 휴가 때 쓸 수 있도록 독려함으로써 세월호 여파로 타격을 입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불참 사유에 대해 "우리는 전경련 회원사도 아니고, 재벌 총수위주의 모임과 성격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ugeni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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