ཀྵ년 노하우' 재처리 기술로 폐기물 부피 줄여밀도 있는 공론화 통해 지역 갈등 최소화
국가 전력의 75% 이상을 원자력 발전으로 감당하는 프랑스 에너지당국이 2017년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립 사업을 본격화한다.
원자력 발전에 사용한 폐연료봉을 뜻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원전 가동국들이 임시저장 시설에 모아둔 채 최종 처분 방안을 고민하는 방사성폐기물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폐기물 부피를 대폭 줄이는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가최종 처분장 건립 계획까지 가시화하면서 이르면 2016년부터 임시저장 시설이 포화되는 우리나라도 서둘러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기관(ANDRA)이 운영 중인 뷔르 영구처분장 실증연구소의 알랭 롤랑 부소장은 3일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영구처분장 건립신청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계획을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며 "2017년이면 영구처분장 건립을 위한 자격을 얻는다"고 밝혔다.
그는 "법령 정비까지 거치면 착공에 들어가고 2025년에 사용후핵연료를 땅속 깊이 묻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에서 꺼내 발전소 주변의 임시저장 시설 내 수조에 수년간담가 둔다. 방사성 물질 유출을 차단하면서 폐연료봉의 높은 열을 식히는 조치다.
그 이후부터는 폐연료봉의 행선지가 다양해진다. 화학적 가공을 거쳐 연료로 재활용할 부분을 되살려내는 재처리를 거치거나 수십년간 보관할 수 있는 중간저장 시설로 보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곳에 영구처분돼야 한다는 데에는변함이 없다. 이 영구처분 시설을 세우는 작업이 프랑스에서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영구처분은 우주공간으로 내보내는 방안까지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지하 500m 이상의 깊이에 밀폐 공간을 조성한 뒤 묻어 버리는 '심지층 처분' 방식이 현재로선 유력한 선택지 중 하나이다. 프랑스 역시 심지층 처분 방안을 추진한다.
프랑스는 전력 생산의 75% 이상을 원자력으로 충당하는 대표적인 원전 국가다.
매년 58기의 원전에서 1천200t씩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방안을 두고 일찍부터 정책적 고민과 연구를 해왔다.
특히 사용후핵연료를 재가공해 우라늄 연료봉과 혼합산화물연료(MOX)를 만들어내는 재처리 기술은 독보적이다. 폐연료봉의 96%가 새 연료로 재탄생하고 4%만 영구처분될 찌꺼기로 남는다.
프랑스 공기업 아레바(AREVA)는 45년간 이 같은 재처리 사업을 벌여 왔고, 지금까지 사용후핵연료 3만t가량을 재처리했다. 자국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 스위스 등으로부터 폐연료봉을 위탁받아 재처리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아레바 관계자는 "재처리를 거치면 사용후핵연료의 부피가 5분의 1로 줄어들고독성은 10분의 1이 된다"고 소개했다. 연료 재활용이 주는 이점뿐 아니라 영구처분해야 할 폐연료봉의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재처리의 장점이다.
그렇더라도 사용후핵연료의 마지막 행선지는 영구처분 시설이다. 폐연료봉은 방사성 물질 배출도가 높은 고준위 핵폐기물로, 이를 가둬둘 영구처분장을 어디에 세울지는 지역 주민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올 만한 예민한 사안이다.
현재 세계 어느 나라에도 영구처분장이 가동되는 곳은 없다.
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인 경주 방폐장을 부지로 선정하는 데만 20년을 허송한국내 사례를 보면 그 예민성을 넉넉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저준위 핵폐기물은 원전에서 사용된 방호복이나 장갑 등 폐연료봉보다 위험이 덜한 물질들이다.
우리나라는 이르면 2016년부터 일부 원전의 임시저장 공간이 포화 단계에 이르는데도, 영구처분 이전 조치인 중간저장을 어떻게 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건 일부 선진국의 경우,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할 중장기 로드맵을 착실히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과학적 연구와 여론 수렴 작업을 벌여왔다.
프랑스는 1991년 방사성폐기물관리연구법을 제정,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국책 연구 사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2006년에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만들어 영구처분 시점을 2025년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프랑스 내 3개 지역 중 지역 반대가 심한 곳이 제외됐고, 지질적으로 안정된 점토층에 있는 뷔르 지역이 영구처분 유치 후보지로 정해졌다.
정보제공과 토론, 분쟁 조정은 대형 국가시책에 관한 공론화 전담 기구이자 독립행정기관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가 맡았다.
CNDP는 2012년 이 사안에 대한 공론화 준비작업을 시작, 16개월간 국민 토론을벌인 끝에 지난해 권고안을 마련했다.
영구처분 시설을 마련하되 유력 후보지인 뷔르 지역에 실증 연구시설을 우선 세워 과학적 검증을 거치자는 것이었다.
CNDP 공공토론특별위원회의 클로드 베르네 위원장은 "영구처분장 설립 사업에반대하는 주민이 없지 않았지만 그 비율이 높지 않았다"며 "TV 토론회 등을 적극 활용해 공론화를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뷔르에는 영구처분 실증 연구시설이 세워졌고, 실제 영구처분장을 세우기 위한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매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이라며 "우리도 연구와 정책 결정, 공론화 등 여러 분야에서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국가 전력의 75% 이상을 원자력 발전으로 감당하는 프랑스 에너지당국이 2017년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립 사업을 본격화한다.
원자력 발전에 사용한 폐연료봉을 뜻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원전 가동국들이 임시저장 시설에 모아둔 채 최종 처분 방안을 고민하는 방사성폐기물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폐기물 부피를 대폭 줄이는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가최종 처분장 건립 계획까지 가시화하면서 이르면 2016년부터 임시저장 시설이 포화되는 우리나라도 서둘러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기관(ANDRA)이 운영 중인 뷔르 영구처분장 실증연구소의 알랭 롤랑 부소장은 3일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영구처분장 건립신청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계획을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며 "2017년이면 영구처분장 건립을 위한 자격을 얻는다"고 밝혔다.
그는 "법령 정비까지 거치면 착공에 들어가고 2025년에 사용후핵연료를 땅속 깊이 묻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에서 꺼내 발전소 주변의 임시저장 시설 내 수조에 수년간담가 둔다. 방사성 물질 유출을 차단하면서 폐연료봉의 높은 열을 식히는 조치다.
그 이후부터는 폐연료봉의 행선지가 다양해진다. 화학적 가공을 거쳐 연료로 재활용할 부분을 되살려내는 재처리를 거치거나 수십년간 보관할 수 있는 중간저장 시설로 보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곳에 영구처분돼야 한다는 데에는변함이 없다. 이 영구처분 시설을 세우는 작업이 프랑스에서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영구처분은 우주공간으로 내보내는 방안까지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지하 500m 이상의 깊이에 밀폐 공간을 조성한 뒤 묻어 버리는 '심지층 처분' 방식이 현재로선 유력한 선택지 중 하나이다. 프랑스 역시 심지층 처분 방안을 추진한다.
프랑스는 전력 생산의 75% 이상을 원자력으로 충당하는 대표적인 원전 국가다.
매년 58기의 원전에서 1천200t씩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방안을 두고 일찍부터 정책적 고민과 연구를 해왔다.
특히 사용후핵연료를 재가공해 우라늄 연료봉과 혼합산화물연료(MOX)를 만들어내는 재처리 기술은 독보적이다. 폐연료봉의 96%가 새 연료로 재탄생하고 4%만 영구처분될 찌꺼기로 남는다.
프랑스 공기업 아레바(AREVA)는 45년간 이 같은 재처리 사업을 벌여 왔고, 지금까지 사용후핵연료 3만t가량을 재처리했다. 자국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 스위스 등으로부터 폐연료봉을 위탁받아 재처리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아레바 관계자는 "재처리를 거치면 사용후핵연료의 부피가 5분의 1로 줄어들고독성은 10분의 1이 된다"고 소개했다. 연료 재활용이 주는 이점뿐 아니라 영구처분해야 할 폐연료봉의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재처리의 장점이다.
그렇더라도 사용후핵연료의 마지막 행선지는 영구처분 시설이다. 폐연료봉은 방사성 물질 배출도가 높은 고준위 핵폐기물로, 이를 가둬둘 영구처분장을 어디에 세울지는 지역 주민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올 만한 예민한 사안이다.
현재 세계 어느 나라에도 영구처분장이 가동되는 곳은 없다.
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인 경주 방폐장을 부지로 선정하는 데만 20년을 허송한국내 사례를 보면 그 예민성을 넉넉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저준위 핵폐기물은 원전에서 사용된 방호복이나 장갑 등 폐연료봉보다 위험이 덜한 물질들이다.
우리나라는 이르면 2016년부터 일부 원전의 임시저장 공간이 포화 단계에 이르는데도, 영구처분 이전 조치인 중간저장을 어떻게 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건 일부 선진국의 경우,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할 중장기 로드맵을 착실히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과학적 연구와 여론 수렴 작업을 벌여왔다.
프랑스는 1991년 방사성폐기물관리연구법을 제정,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국책 연구 사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2006년에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만들어 영구처분 시점을 2025년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프랑스 내 3개 지역 중 지역 반대가 심한 곳이 제외됐고, 지질적으로 안정된 점토층에 있는 뷔르 지역이 영구처분 유치 후보지로 정해졌다.
정보제공과 토론, 분쟁 조정은 대형 국가시책에 관한 공론화 전담 기구이자 독립행정기관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가 맡았다.
CNDP는 2012년 이 사안에 대한 공론화 준비작업을 시작, 16개월간 국민 토론을벌인 끝에 지난해 권고안을 마련했다.
영구처분 시설을 마련하되 유력 후보지인 뷔르 지역에 실증 연구시설을 우선 세워 과학적 검증을 거치자는 것이었다.
CNDP 공공토론특별위원회의 클로드 베르네 위원장은 "영구처분장 설립 사업에반대하는 주민이 없지 않았지만 그 비율이 높지 않았다"며 "TV 토론회 등을 적극 활용해 공론화를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뷔르에는 영구처분 실증 연구시설이 세워졌고, 실제 영구처분장을 세우기 위한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매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이라며 "우리도 연구와 정책 결정, 공론화 등 여러 분야에서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