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IFA전시장에 등장한 '현대 스마트폰' 알고보니>

입력 2014-09-07 06:15  

라이선스 사들인 프랑스법인이 중국공장서 만든 스마트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14 현장에 '현대스마트폰(?)'이 등장했다.

6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박람회장(메세 베를린) 25번홀.

크기가 10㎡ 정도 될까하는 초미니 부스에 '현대(HYUNDAI)'라는 배너가 걸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시하는 품목은 스마트폰과 아웃도어 카메라, 태블릿 3가지다. 뒷면에 영문으로 HYUNDAI라는 브랜드가 분명히 새겨진 스마트폰이다.

현대 스마트폰을 전시한 회사는 프랑스 업체로 '현대 일렉트로닉스'라는 브랜드를 쓰고 있다. 헤드오피스의 주소는 프랑스 다르딜리 앙시앙으로 돼 있다.

현대전자는 1999년 반도체 빅딜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2001년 역사 속으로사라진 회사다. 그후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꿨고 SK그룹에 편입돼 지금의 SK하이닉스[000660]가 됐다.

그럼 어떻게 현대전자가 프랑스 회사로 돌변해 IFA라는 국제 전시회에 다시 나타난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

현대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하이닉스로 넘어간 뒤 남은 사업부 여러 부문이 쪼개져서 팔렸다.

TFT-LCD 부문은 비오이라는 회사에, 수처리 사업부는 프랑스 비방디에 각각 넘어갔다. 그 이후로도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이 잇따랐다.

이번 스마트폰 전시업체 현대전자를 인수한 프랑스 기업은 MMBL(Market Maker Brand License)이라고 한다.

브랜드 사용권이나 라이선스를 전문적으로 인수해 넘기는 일종의 M&A 업체로 추정된다.

전시장 직원인 릴라 에르미에 씨는 "우리는 약 1년 전쯤에 현대 일렉트로닉스라는 법인명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권한)를 사들였다. 그래서 현대라는 이름을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스마트폰 제조 공장은 중국에 있다고 한다. 현대라는 법인명을 빼면한국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셈이다. 본사는 프랑스, 생산법인은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이 스마트폰은 프랑스 등 유럽 일부 지역에만 판매된다. 한국 등 아시아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에르미에 씨는 "현대는 튼튼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가 있다. 우리 제품에 아웃도어용 스마트폰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강하고 단단한 이미지가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라는 법인명 사용권을 얼마에 샀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현대 스마트폰'의 사양은 안드로이드 4.4 운영체제에 3.5인치 HVGA LCD 패널부터 5인치 QHD IPS 패널을 쓴다. 해상도는 320×480∼540×960 픽셀 정도이고 카메라는 200만∼500만 화소다. 게다가 LTE가 아니라 3G 기반이고 배터리 용량도 1천100∼2천mAh로 낮은 편이다.

삼성·LG전자의 갤럭시·G시리즈에 비하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의 스마트폰인 셈이다.

오히려 강점을 지닌 쪽은 아웃도어 카메라로 내구성에다 수심 30m까지 방수가되는 기능을 갖췄다. 스마트폰도 아웃도어용 방수 버전이 따로 나오는 모양이다.

전 세계에서 1천500여개 IT·전자업체가 몰려온 IFA 전시장에서 '현대'라는 이름을 본 건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IMF 체제 직후 빅딜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라진 현대전자를 프랑스 법인이 중국 공장에서 만든 스마트폰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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