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을씨년스러운 감원 바람이 대기업, 금융권, 공공기관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불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증권가, 생명보험 업계 등에서 일기 시작한 인력 감축바람은 연말 일부 대기업으로 옮겨 붙더니 연초에는 은행권과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정년 60세연장 등 기업 경영 환경에 더 큰 변화가 생기는 만큼 실적이 악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희망퇴직에 나서는 곳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 실적악화로 인력 감축 나선 대기업 업종 자체의 구조적 불황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 조선·중공업 업계가 적극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무려 3조원이 넘는 기록적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009540]은 14일 1960년대생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목표 인원은 전체 직원 2만8천명의 5%를 웃도는 1천500명이며, 현재약 1천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작년 10월에도전체 임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은 뒤 조선 3사 임원 262명 가운데 31%인 81명을 줄인 바 있다.
수주 부진 등으로 여려운 경영환경에 놓인 두산중공업[034020]도 지난해말 52세이상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절반 정도인 200여명이 퇴직 의사를 표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인해 수출 물량이 급감한 한국GM이 지난해 말 사무직 팀장급 이상을 상대로 희망퇴직 의사를 수렴했다. 한국GM측은 몇 명이 퇴직에 응했는지는 회사 방침상 밝힐 수 없다고 했으나 대상자의 상당수가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대 통신업체인 KT[030200]는 임원 수를 줄여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경영 기조에 따라 지난해 말 상무보급 임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원을 받았다.
◇ 금융권, 점포 축소 흐름 속 올해도 대규모 감원 불가피 지난 한 해 일자리가 2만4천개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난 금융권에서는 올해도 대다수 은행, 증권사 등이 점포와 지점을 축소할 예정이라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고착화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데다 정년 연장 등으로 고령인력 감축에 어려움을 겪자 잇따라 희망퇴직 등을 단행, 인적구성의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들어 부지점장 이상, 1969년 이전 출생자인 4급 차·과장, 75년이전 출생자인 5급 대리에 한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10년 이상 근속 직원에 한해 만 40세 이상의 일반직이나 4급 이상의 과장급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접수한 결과 총 269명의 직원이 오는 21일 퇴직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000030]은 예년처럼 올해 3월께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 대상자 위주의희망퇴직을 진행해 직원 약 200명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국민은행은노사가 전담팀을 구성해 임금피크제도 개선과 희망퇴직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했다.
국내 대표 고액 연봉자인 증권맨들은 지난해 유례 없는 대량 감원에 시달린 데이어 올해도 증권사들이 지점 축소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추가 감원이 예상된다.
작년 9월 기준으로 증권사들은 1년 새 200개 넘는 영업점포를 없애고 직원 수도3천800명 줄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동양증권과 같은 경우에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00여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저금리 구조 고착화로 자금 운용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생명보험 업계는 이미 작년에 '빅3'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을 필두로 ING·우리아비바·미래에셋·에이스생명 등 대다수 업체가 인력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 공공기관도 감원 예고…'무풍지대' 없다 감원 바람은 상대적으로 고용 불안의 무풍지대이던 공공기관에서도 예고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올해 경영 방침을 내놨다.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5일 신년사에서 "모두가 현 상황이 위기임을 인식하고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비상대응계획 수립과 실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사업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구조조정 작업도병행해야 한다. 현재 자회사별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인력 감원을 시행하고있는데 본사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해 감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2개로 분리 운영돼 비효율성의 전형으로 지적받던 서울 지하철의 양대공사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도 내년 상반기까지 합병을 추진하기로 해 인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경기도 교육청도 최근 인건비 부담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 정원외 기간제교사 1천289명을 감축하는 등 인력 재조정을 반영한 긴축재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 "올해가 인력 구조조정 적기…감원 바람 이어질 것" 전방위적 감원 열풍은 업황이 좋지 못한 기업을 중심으로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시행되고, 통상임금 이슈의 향방이 윤곽을 드러내는 등 경영 환경에 변화가 많아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올해 인적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업황 부진으로 대규모 적자가 나고 있는 업종 중심으로 감원에 착수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현재 감원 바람이 일부에서 체감하는 것처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대량 실직 사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엔 한계 기업이 속출,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넘쳐났으나 지금은 현금을 쌓아둔 덕분에 조기 퇴직자에게 보상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희망자에 한해 내보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팀장은 "하지만 기업들의 희망과는 달리 연령대가 높은 고액 연봉자가 퇴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장으로 옮길 능력이 되는 비교적 젊은 사원이 희망퇴직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15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증권가, 생명보험 업계 등에서 일기 시작한 인력 감축바람은 연말 일부 대기업으로 옮겨 붙더니 연초에는 은행권과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정년 60세연장 등 기업 경영 환경에 더 큰 변화가 생기는 만큼 실적이 악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희망퇴직에 나서는 곳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 실적악화로 인력 감축 나선 대기업 업종 자체의 구조적 불황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 조선·중공업 업계가 적극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무려 3조원이 넘는 기록적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009540]은 14일 1960년대생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목표 인원은 전체 직원 2만8천명의 5%를 웃도는 1천500명이며, 현재약 1천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작년 10월에도전체 임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은 뒤 조선 3사 임원 262명 가운데 31%인 81명을 줄인 바 있다.
수주 부진 등으로 여려운 경영환경에 놓인 두산중공업[034020]도 지난해말 52세이상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절반 정도인 200여명이 퇴직 의사를 표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인해 수출 물량이 급감한 한국GM이 지난해 말 사무직 팀장급 이상을 상대로 희망퇴직 의사를 수렴했다. 한국GM측은 몇 명이 퇴직에 응했는지는 회사 방침상 밝힐 수 없다고 했으나 대상자의 상당수가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대 통신업체인 KT[030200]는 임원 수를 줄여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경영 기조에 따라 지난해 말 상무보급 임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원을 받았다.
◇ 금융권, 점포 축소 흐름 속 올해도 대규모 감원 불가피 지난 한 해 일자리가 2만4천개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난 금융권에서는 올해도 대다수 은행, 증권사 등이 점포와 지점을 축소할 예정이라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고착화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데다 정년 연장 등으로 고령인력 감축에 어려움을 겪자 잇따라 희망퇴직 등을 단행, 인적구성의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들어 부지점장 이상, 1969년 이전 출생자인 4급 차·과장, 75년이전 출생자인 5급 대리에 한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10년 이상 근속 직원에 한해 만 40세 이상의 일반직이나 4급 이상의 과장급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접수한 결과 총 269명의 직원이 오는 21일 퇴직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000030]은 예년처럼 올해 3월께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 대상자 위주의희망퇴직을 진행해 직원 약 200명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국민은행은노사가 전담팀을 구성해 임금피크제도 개선과 희망퇴직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했다.
국내 대표 고액 연봉자인 증권맨들은 지난해 유례 없는 대량 감원에 시달린 데이어 올해도 증권사들이 지점 축소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추가 감원이 예상된다.
작년 9월 기준으로 증권사들은 1년 새 200개 넘는 영업점포를 없애고 직원 수도3천800명 줄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동양증권과 같은 경우에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00여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저금리 구조 고착화로 자금 운용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생명보험 업계는 이미 작년에 '빅3'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을 필두로 ING·우리아비바·미래에셋·에이스생명 등 대다수 업체가 인력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 공공기관도 감원 예고…'무풍지대' 없다 감원 바람은 상대적으로 고용 불안의 무풍지대이던 공공기관에서도 예고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올해 경영 방침을 내놨다.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5일 신년사에서 "모두가 현 상황이 위기임을 인식하고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비상대응계획 수립과 실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사업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구조조정 작업도병행해야 한다. 현재 자회사별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인력 감원을 시행하고있는데 본사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해 감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2개로 분리 운영돼 비효율성의 전형으로 지적받던 서울 지하철의 양대공사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도 내년 상반기까지 합병을 추진하기로 해 인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경기도 교육청도 최근 인건비 부담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 정원외 기간제교사 1천289명을 감축하는 등 인력 재조정을 반영한 긴축재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 "올해가 인력 구조조정 적기…감원 바람 이어질 것" 전방위적 감원 열풍은 업황이 좋지 못한 기업을 중심으로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시행되고, 통상임금 이슈의 향방이 윤곽을 드러내는 등 경영 환경에 변화가 많아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올해 인적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업황 부진으로 대규모 적자가 나고 있는 업종 중심으로 감원에 착수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현재 감원 바람이 일부에서 체감하는 것처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대량 실직 사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엔 한계 기업이 속출,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넘쳐났으나 지금은 현금을 쌓아둔 덕분에 조기 퇴직자에게 보상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희망자에 한해 내보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팀장은 "하지만 기업들의 희망과는 달리 연령대가 높은 고액 연봉자가 퇴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장으로 옮길 능력이 되는 비교적 젊은 사원이 희망퇴직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