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

입력 2015-01-21 06:11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은 한중 경제협력단지의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중 경협단지를 통해 일본이나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국가에는 중국 내수시장에 무관세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반대로 중국에도 이들 나라 시장으로가는 '고속도로'를 놔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이를 위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중국에) 양보하기도 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서울 종로타워에 마련된 새만금개발청 투자전시관에서 이 청장을 만나 새만금 사업의 현 주소와 미래 비전 등을 들어봤다.

-- 국내 종합화학기업인 OCI, 일본 도레이 등이 새만금에 공장을 착공했다. 하지만 아직 투자 유치가 미미한 것 아닌가.

▲ 새만금 방조제 조성 사업과 내부개발 사업은 구분했으면 한다. 방조제 조성에 20년 걸렸지만 내부개발로 접어든 지는 얼마 안됐다.

내부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 초안이 2011년 마련됐고 작년에 이를 개정했다. 그렇게 보면 내부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다.

또 새만금 사업의 규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 안에 다양한 형태·기능의 사업구역이 존재한다. 현재 바로 투자 유치가 가능한 땅도 있지만 현재 매립 중인 곳도 있고 매립은 안했지만 수위를 낮춰 원형지로 공급 가능한 땅도 있다.

그렇게 보면 투자 유치가 양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도레이가 들어와서 착공했고 벨기에의 솔베이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올해 상반기 중 착공한다.

새만금 개발 단계에 맞춰 투자자를 찾아나가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 작년 7월 한중 정상회담 때 부속서에 한중 경제협력단지가 들어갔다. 최우선순위 사업이라고 보면 되나.

▲ 한중 경협단지가 새만금 사업의 돌파구고 이 사업의 모든 과제들을 해결할수 있는, 코어(핵심)에 위치하는 사업이다.

한중 경협단지의 메리트는 앞으로 우리가 중국 측과 논의하면서 만들어줘야 한다. 새만금은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메리트가 있다.

지리적으로 위치가 가까우면서 자유무역협정(FTA) 환경을 통해서 한국 브랜드를쓸 수 있는 강점이 추가로 생겼고 중국과 달리 환경적으로 열악하지 않다.

또 새만금 사업이 국책사업으로서 별도의 법과 개발주체가 따로 있어서 중국 기업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요건이 된다.

-- FTA 환경을 이용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뭔가.

▲ FTA는 쉽게 말하면 관세 면제다. 게다가 중국에선 아직 한국 브랜드를 높게평가한다. 중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서 생산했을 때 '메이드 인 코리아'로 중국에역수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반대로 한국 기업이나 유럽.미국 기업이 새만금에 들어와서 하면 FTA 환경을 이용해 중국이란 커다란 내수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그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 한중 경협단지는 어디에, 얼마만 한 규모로 조성되나.

▲ 한중 경협단지의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매립이 진행 중인새만금 북쪽의 산업단지에 중국 기업들이 모이면 협의의 한중 경협단지가 될 수 있다.

그 밖의 다른 원형지 등을 매립해서 대단위로 중국 쑤저우(蘇州)의 공업원구처럼 같이 만들어 간다면 넓은 의미의 한중 경협단지가 될 수 있다.

-- 중국 태양광업체인 CNPV도 경협단지에 들어가나? ▲ 북쪽 산업단지에 3천억원 규모의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기초소재의 제조시설이 들어가고 일부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패널)을 설치하겠다는 2가지를 제시했는데 협의로 보면 경협단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MOU보다 진전된 합의각서(MOA)까진 했고 본계약까지는 아직 안 갔다. 본계약을하려면 발전시설 부지에 대한 임대료 문제, 제조시설이 먼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지역의 요구, 군산공항의 항공기 운항 안전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하는데 시간이 좀걸릴 것이다.

중간 단계에 있는 정도인데 우량기업들은 들어올 필요가 있지만 지역의 의견도충분히 듣고 결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최종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

-- 한중 경협단지는 얼마나 진전이 된 상태인지.

▲ 양국 정상께서 큰 틀의 합의를 했는데 그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중국의 관심도가 엄청 높아졌다.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그전에는 중국에서 새만금에 관심 자체가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상 합의 이후 새만금이 뭐냐, 왜 국가주석이 조성에 합의했느냐며 관심이 뜨겁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그전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중국과 경협단지 조성에 합의한 뒤로는 도대체 뭐길래 중국이 관심을 갖는지 궁금해한다.

새만금에 대한 관심이기보다는 중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걸 세일즈 포인트로해서 계속 알리고 있다.

작년 9월 초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함께 중국 충칭(重慶)에 갔는데 쑨정차이(孫政才) 충칭 당서기가 '후속조치를 하자'고 하더라. 작년 12월에도 베이징(北京)·산둥(山東)성에 갔는데 기업인 몇백명이 찾아와 '바로 공장 들어갈 수 있느냐' '매립사업 같이 할 수 있느냐' '중국인 관광객이 거기 가면 볼 게 뭐 있느냐' '음식은 어떠냐' 등 구체적인 걸 물어보더라.

실질적 투자로 연결되도록 계속 접촉하고 있다. 관광여행업체, 세제업체 등 10여곳과 조심스럽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일본이나 미국, EU(유럽연합)의 경협단지도 생겨나나.

▲ 한일 경협단지는 매립해서 대단위로 만드는 형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산업단지에 일본 기업들이 모이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석유화학·첨단소재 기업인 도레이가 이미 새만금에 착공했는데 그 회장이 일본게이단롄(經團連) 회장이다. 연관산업이든, 유사산업이든 집적하게 되면 경협단지로명명하고 맞춤형 지원을 해 좁은 의미의 경협단지가 될 수 있다.

일본 기업도 온다면 결국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을 보고 오는 건데 그런 맥락에서 한중 FTA는 굉장한 호재다. 일본도 그런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타진하고 있다.

여러 업체와 실무급 논의는 진행되고 있다.

-- 한미, 한·EU 경협단지도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되나.

▲ 그 정도로 보면 된다. 미국-중국은 FTA 안 됐고, 중-일도 안 됐다. 그런데우리나라를 고리로 하면 미국-유럽-일본-중국이 서로 다 연결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에 새만금 기본계획을 보완하면서 제시한 게 새만금이 푸둥이나홍콩의 자유무역지대 같은 동북아 자유무역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것이다.

-- 새만금의 투자 유치 인센티브가 경제자유구역에 못 미치나.

▲ 많이 근접했다. 이번에 지방세 감면도 했다. 국책사업으로서 면모 갖추려면최소한 경자구역보다는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한다. 이제 90%까지는 따라갔다.

한중 경협단지가 핵심인데 앞으로 중국에서 우리랑 같이 경협단지를 만들려면여러 가지를 요구할 텐데 그런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같이 논의하려면 현행 법 체계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본다.

그러려면 거의 특구로서의 위상을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걸 해줘야 하지 않나생각한다. 새만금특별법 개정도 필요하고 그에 앞서 국가 단위의 논의가 필요하다.

인센티브 외에도 노동력 공급 문제, 카지노 허용 문제, 의료법인·학교 등 여러가지를 국가 단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 사업 추진을 위한 재정은 넉넉한가.

▲ 새만금 사업의 재원을 국가에서 부담해주는 부분은 한정돼 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기본적인 인프라, 즉 도로나 철도 등과 수질 관리를 해줘야 한다.

이건 민간에서 할 수 없다. 그렇게 국가가 기본을 해주면 민간 투자를 유치해서 끌고 가야 한다. 관광단지든, 산업단지든 민간기업이 들어오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는것은 민간의 몫이다.

그렇다 해도 새만금 사업이 워낙 부지가 넓고 일반 땅이 아니라 매립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마스터플랜 수립 초기 추산한 국비를 포함한 사업비가 22조원 정도 되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이나 민관 협력사업(PPP) 등 다양한 사업구조를 만들어서 사업을 하려 한다. 국민이 일정 부분 투자를 해서 주주 형태로 들어오는 국민참여제도에 대해서도 조만간 연구용역을 해보려 한다.

-- 청으로서 부처 간 협의에 어려움이 있을 듯한데.

▲ 총리실에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을 부활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마련한 것으로 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저도 총리실에 있어 봤지만 청장으로 왔는데 부처 간 정책 조율하는 건 (그때보다) 더 어렵다. 제 입장에선 정책 조율은 해주는 기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올해 가시화되는 사업들이 있나.

▲ 여러 개 있다. 중국 경협단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진전된 MOU 형태를 만들어 나가려 한다.

또 새만금을 가로로 횡단하는 동서2축 도로가 4∼5월쯤 착공한다. 대통령 임기마치기 전 개통하려고 한다.

관광객들이 방조제 중심부로 가다 보면 볼거리나 쉴 곳이 없다고 해 신시도에새만금신시휴게소를 짓는 공사를 3월 착공한다. 거기에 호텔, 전망대, 편의시설, 매점 등이 들어간다.

또 새만금 면적의 30%를 농생명용지로 조성하는데 그걸 위한 방수제 공사가 올해 사실상 마무리된다. 그 연장도 54㎞쯤 되고 공사비도 1조원이 넘는다.

다만 그렇긴 해도 새만금이 워낙 넓기 때문에 사람들이 뭔가 달라졌다고 느끼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기에 여러모로 좋은 환경이다. 어떤 사안은 미시적으로보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라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양보하기도 하고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민정서나 국익은 최우선 판단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새만금 사업은 이미 국가의 자산이고 국책사업이다. 방향은 수정하더라도 성공사업이 되도록 국민 역량과 뜻을 모아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후대에게 좋은 자산으로 물려줘야 한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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