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제> ④ 전문가 "구조조정 공감…기업이 적극 나서야"

입력 2015-12-14 08:01  

"기술 개선 넘어 효율성 초점 맞춰야…정부 인위적 주도는 지양"정부 "업계 자율 맡기되 '원샷법' 등 제도 지원할 것"

"이제는 기업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 개선을 중시하던 예전과 달리 효율성이관건입니다. 기업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는 있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자원의 비효율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금이 구조조정을 위한 최적의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주로 해야 하는 쪽이 대기업인 만큼 국회에 계류 중인 '원샷법'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합니다."(심상열 광운대 동북아통상학부 교수 겸 한국무역학회 부회장)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지켜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기업의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미 삼성그룹은 지난 10월 삼성정밀화학[004000] 등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에파는 3조원 규모의 초대형 빅딜을 성사시켰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계도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정부도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범정부 협의체를 만들어 구조조정 작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선제적 사업재편을 돕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처리 등 제도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업은 이제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중국 경제의 성장 덕분에 활력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중국 경제마저 거품이 꺼지고 있기 때문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우리 산업은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품목에서는 중국 등 신흥국의 강력한 추격을 받고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공감한 전문가들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도 구조조정의 방향과 정도, 정부의 개입 및 지원 수준 등은 신중하게 검토할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석인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기업이 부도가 나는 상황을 맞아야 구조조정을 할 정도로 수동적이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기업들도 기존 상품 구조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인식을 절실하게 갖고 있다. 기업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 위원은 구조조정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전처럼기술 수준만 높이면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 위원은 "최근 각국의 산업은 글로벌가치사슬(GVC)에 엮여 있어서 구조조정을하고 유망 기술을 발굴해도 금방 후발주자가 쫓아오는 기술 블로킹이 이뤄진다"며 "여기에 신흥국과 선진국 모두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등 우리 기업이 직면한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재무구조만 보고 좀비 기업을 솎아내는 식의 나이브한 접근은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율성 개념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적절한 자원이 가는지, 우수한 인적 자원이 노는 문제를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원격 의료 서비스나 '원샷법'처럼 더 생산적인 상황을 조성할 방안이 있음에도 이해집단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어느 분야에 구조조정이 필요한지는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며 "정부는 각 기업에 여러 시나리오별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에 주력하면 된다"고 밝혔다.

심상열 교수는 "구조조정은 내부를 점검하고 부실을 털어낼 기회이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면서 "대외 여건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기업은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 등을 점검하는 등 사업 개편을 위한 터닝 포인트로 여길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가 나서서 지원할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샷법이나 노동 관련 개혁법 등 기업이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끔 돕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정부가 나서서 얼마를 줄여라 늘리라고 칼질할 수는 없다"며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맡기는 것이 정부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소통하면 공급 과잉 분야에 대한 콘센서스가 마련될 수 있다"며 "정부는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원샷법 등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성장동력산업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되면서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엄정한 구조 조정을 통해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견지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을 포함한 재계 또한 올해 들어 불필요한 계열사나 자산 등을 매각하면서잘할 수 있는 업종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과거와 달리 일본 제품은 품질이 좋으면서도값도 싸지고 중국 제품은 여전히 싸면서도 품질까지 좋아져 우리 제품이 설 자리가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여기에 세계 경기의 침체가 겹쳐 수요마저 사라지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악조건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기업은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문에 핵심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과감히 재편해야 한다"며 "정부도기업들이 미래 수요가 많은 쪽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와 금융세제 지원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년 경영환경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도에 중점 추진할 경영전략으로는 '사업 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40.8%)가 가장 많았다.

전경련 홍성일 재정금융팀장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내년에 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기업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계열사를 늘리며 사업을 확장하는데 별다른 제지가없다가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모든 것을 기업 탓으로 돌리며 강제적 구조 조정을강요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coo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