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건의 쏟아낸 재계…해법 놓고 2시간 격론

입력 2016-02-04 11:37  

수출 부진 우려 집중 거론·규제 완화와 지원 요청

정부와 30대 그룹이 4일 수출 회복과 산업 경쟁력 강화 해법을 모색하고자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기업들은 노동개혁, 규제개혁을 비롯한 정부 정책과 기업의 세세한 애로사항 등 수많은 건의를 쏟아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전경련을 찾아 30대 그룹 사장단과 가진 간담회는 예정된 1시간 30분을 넘겨 2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치열하면서도 열띤 토론이 오갔다고 한다.

기업인 발언이 쏟아져 중간에 발언 정리를 요청하는 등 회의 진행에 애를 먹을정도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SK에너지, LG, 롯데, 포스코, GS E&R, 현대오일뱅크, 한진, 한화케미칼, KT, 두산중공업, 이마트, CJ, LS산전, 대우조선해양, 금호아시아나, 대림산업, 효성 등 30대 기업은 빠짐없이 돌아가며 준비한 이야기를 꺼냈다.

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IoT(사물인터넷),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고 한다.

주 장관은 기업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은 뒤 애로사항을 속도감 있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먼저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13개월째 이어진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물량보다는 수출단가에 문제가 있고 환율 등 극복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제품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성이 나왔으며, 이란과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 표명이 있었다.

기업들은 정부에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해선 금융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수출입은행 외에 시중 은행도 파이낸싱을 같이 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주 장관은 "적극 검토해서 시중은행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신사업 투자의 애로사항과 세제·금융지원과 공동구매 등 제도 개선을비롯해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집중 건의했다.

임상혁 전경련 전무는 "기업들이 산업간 융복합이나 IoT 실현을 위해 규제 시스템 자체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어느 기업 사장이 "가전제품은 IoT를 연동하면 대기전력이 필요해 에너지등급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털어놓자, 주 장관은 "즉시조치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답했다.

또한 "에너지 신산업은 한전, 기기공급회사, 금융부문이 협력하는 '드림팀'을구성해 합종연횡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다수 기업이 건의하자, 정부는"기업들이 같이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례로 전기차는 한전, KT[030200], 현대차[005380], 수출입은행 등이 같이 묶여야 해외 시장 진출이 유리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묶는 역할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또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에 에너지 프로슈머 개념을 도입해 전기를 생산하면서팔 수도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효성[004800]그룹에서는 탄소섬유 분야는 R&D 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건의하자주 장관은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데 빨리 앞당기겠다"고 답했다.

산업부가 주관하는 전력제도 개선과 관련해 신재생에너지의 전력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건의와 전력 검침을 융합산업을 통해 원격으로 하면 좋은데 통신 업계의진입장벽이 크니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정유업계에서는 원유를 들여올 때 공동구매를 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으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공동구매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에너지 관련 투자세액공제비율이 3% 정도인데 비율 확대와 공제한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건의와 택배·물류 규제 개선 요구도 나왔다.

현대엘레베이터는 "엘레베이터 사업에서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새로운 품목으로 새 시장에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하자 정부는 "적극 지원하겠다"고 독려했다.

앞서 언론에 공개된 간담회 앞부분에서는 양측이 정부 정책 방향을 놓고 미묘한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주형환 장관은 우리 경제가 '운동회 전체 우승을 좌우하는 400미터 계주 종목의커브구간에 있다'고 비유하면서 "어떻게 뛰느냐에 따라 따라잡을 수도 잡힐수도 있다"며 정부와 기업의 '팀플레이'를 주문했다.

주 장관은 "정부가 투자와 기업 규제가 문제되면 규제를 풀고 제도가 문제되면제도를 고치겠다"면서 "정부가 세제, 예산, 금융이라는 수단이 있으니 R&D, 인력,판로, 통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규제 해소와 전방위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양적완화 등 거시정책을써 왔는데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며 ད조+α'를 풀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그렇게 한다고 잘 안될 거다. 경기는 살릴지 모르나 경제를 살리긴 쉽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주 장관은 이날 기업들의 건의를 적극 수용하고 검토하는 한편 30대 그룹과는반기별, 주요 투자기업들과는 매달 이런 간담회 자리를 갖기로 했다.

주 장관은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경제계와 소통을 늘려가도록하겠다"며 "의견을 듣고 속도감 있게,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분명하게 말씀드려서 애매하게 시간 낭비 안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yjkim8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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