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선언 23년…이재용 '뉴삼성' 잰걸음

입력 2016-03-24 14:55  

수직적 조직문화 타개·수평적 소통 혁신 선포성장 정체·후발업체 추격 등 위기 요인 수두룩50년 낡은 조직문화로 글로벌 경쟁 어렵다 판단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대변되는신경영 선언을 했다. 17일 간 경영진 200여명에게 설파한 대장정이었다.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20여년 간 매출과 브랜드 가치 등에서 눈부신 성장을이뤘고 글로벌 일류기업의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23년이 지난 2016년 3월 24일.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는스타트업(Start up) 기업의 실행력과 소통문화를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기 위한 '컬처혁신'을 선포했다.

이 회장의 장기 와병으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이같은 혁신문화 선포는 '새로운 시대의 삼성'을 알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차이는 있다.

카리스마 경영자인 이 회장의 신경영은 이 회장으로부터 아래로 향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혁신이었다.

이번 컬처혁신 선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이 부회장이 아래로부터의 혁신 요구와 열망을 수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 컬처혁신 선포 왜 나왔나 =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것은 '조직의 힘'이었다. 치밀한 체계와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이를 대변한다.

이날 컬처혁신 선포를 기점으로 앞으로는 '스타트업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것이삼성전자의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신생 벤처기업처럼 자율성과 창의적 사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갖추겠다는 뜻이다.

이미 안팎에서는 삼성의 수직적인 문화가 혁신과 새로운 사고를 가로막는다는지적이 잇따랐다.

1969년 설립된 삼성전자는 이미 5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다만 한국적 문화라는 특수성과 50년의 물리적 시간이 결합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동떨어진 문화가 남아있다는 것이 내부 진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삼성전자를 이끌어갈 20∼30대 젊은 글로벌 인재들에게 삼성전자의 기존 문화가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들이 구애받지않고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것이 이번 컬처혁신 선포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IT 수요 약세, 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중국 기업들의추격이라는 위기 상황에 처하면서 삼성전자가 과거의 영화를 유지하기 만만치 않아졌다는 점도 이번 혁신문화 선포를 이끈 배경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2012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 2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도 매출 201조원으로 4년 연속 기록을 이어갔지만 한창 때에 비해서는 힘이 떨어진 모습이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4년 3분기 4조600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이후 4분기 연속증가하다가 다섯 분기 만인 지난해 4분기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스마트폰은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수요가 꽁꽁 얼어붙었다. 반도체 역시 시장 둔화와 '반도체 굴기' 정책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생존을 위해 비주력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는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조직개편을 통해 새먹거리 발굴에 힘을 들여왔다.

그러나 하드웨어를 바꾸더라도 기존의 상명하복식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체질개선은 어렵다고 판단, 스타트업 기업과 같은 실행력와 열린 소통을 특징으로하는 새로운 조직문화 확립을 시도하게 됐다.

◇ 컬처혁신 삼성전자 어떻게 바뀌나 = 삼성전자는 이날 컬처혁신 선포식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 업무생산성 제고 ▲ 자발적 몰입 강화 등 Ɖ대 컬처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이같은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 직급 단순화 ▲ 수평적 호칭 ▲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 4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해오는 6월 중 발표키로 했다.

우선 직급 단순화와 관련 삼성전자는 현재 경영지원·일반관리·기타 스태프 직군에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인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는 한편 팀장 체제를 확대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연구개발(R&D)·엔지니어·디자인 등의 직군에서는 사원-선임-책임-수석으로 이어지는 4단계 직급 체계를 쓰고 있다. 선임은 대리, 책임은 과장,수석은 차장·부장급으로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법인 사옥의 임원 집무실을 없애도록 지시했다. 글로벌 기업의 수평적 조직 문화를 삼성 내부에 내재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삼성전자 전 조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평가 체제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연공서열보다는 철저하게 능력과 효율성을중심으로 평가방식을 바꾸는 방안 등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 계열사 및 타 대기업으로 혁신 확산 전망 = 이번 컬처혁신 선포는 삼성전자 내에서도 CE(소비자가전)와 IM(IT모바일) 등 세트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DS(부품) 부문의 경우 근무여건이나 체계가 다른 만큼 우선 세트부문에서 혁신을 뿌리내린 뒤 전 조직으로의 확대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서 이같은 스타트업 조직문화가 뿌린내린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009150], 삼성SDI[006400] 등 다른 전자계열사는 물론 그룹 내 타 계열사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이미 삼성그룹 전반의 혁신을 주도해왔다.

자율출퇴근제와 복장 자율화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하루 4시간을 기본 근무시간으로 해서 주 40시간 내에서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이른바 '플렉서블(flexible)' 근무 체제를도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디자인 등 일부 직종에 한해 출근 시간만 자유롭게 한 자율출근제를 확대한 것이다.

삼성전자 본사에서 시작된 자율출퇴근제는 국내외 사업장은 물른 다른 전자 계열사에도 전파됐다.

하절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디자인·마케팅 인력을 대상으로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을 허용토록 한 쿨비즈 제도는 지난해 그룹계열사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국내에서 외형과 수익성 모두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같은조직문화 혁신은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삼성이 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란 영미식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하에서 구축된하나의 문화일 뿐 한국적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는 오히려 혁신 피로감만 높아질 수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 직후인 1993년 7월 그룹 전체 계열사의 조기출퇴근제를 의미하는 ƍ·4제(7시 출근·오후 4시 퇴근)'를 시행했지만 뿌리내리는데는 실패한 전례가 있다.

pdhis95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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