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처리에서 선발투수로…조환익 한전사장의 혁신

입력 2016-04-06 13:40  

신간 '조환익의 전력투구' 출간

2012년 12월 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015760]은 창사 이후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었다.

2008년부터 5년 내리 해마다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탓에 부채 더미가 엄청났다. 설상가상으로 2011년 말 발생한 순환정전 사태로 '전력공급과 품질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던 직원의 긍지도 무참하게 무너진 상태였다.

야구로 치면 큰 점수 차로 뒤진 채 9회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등판하는 투수를 이른바 '패전 처리'라고 한다. 이기는 경기에등판하며 박수를 받는 필승조와 달리 이 투수에게는 팬조차 거의 기대를 걸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코트라(KOTRA) 사장 등을 거친 조환익 한전 사장은 당시'길어봐야 6개월짜리 자리'라는 냉소 속에 취임했다.

총체적 난국이었던 당시 한전 상황을 빗대 조 사장은 자신을 "패전처리 투수였다"고 돌아봤다. "게임은 끝나가는데 팀이 형편없이 지고 있으니 더 큰 점수나 뺏기지 말자는 벤치의 의도는 아니었을까"라는 의문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경기는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전력난 극복, 밀양 송전선로 매각,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 등 여러 현안이 차례로 해결됐다. 한전은 2013년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1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조 사장은 올해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평가에서도 우수 등급을 받았으며 주가도 5만8천원 내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전은 글로벌 전력회사 중 유일하게 3대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AA' 등급을 받기도 했다.

대역전극을 이끌고 있는 조 사장은 지난 1월 1년 연임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조 사장은 "승리투수의 요건을 갖춰가며 연장전까지 계속 이어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지난 3년간 걸어온 길과 함께 전력 산업의 미래를 전망한 내용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최근 출간된 '조환익의 전력투구(電力投球)'다.

유머가 풍부한 그는 '전력'의 한자를 '全力'에서 '電力'으로 위트있게 바꿔 달았다.

그는 취임 때 꼽았던 시급한 현안 7개를 차례로 해결해 나간 과정을 소개했다.

40여 차례 방문한 끝에 밀양 주민의 마음을 연 일, 초긴축 정책과 절세 등을 총동원해 2013년 6년 만에 흑자를 달성한 일화, 만년 꼴찌 배구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일 등이다.

"불요불급한 사업은 없는지, 저수익 고비용 사업은 없는지 밤을 새워가며 세밀히 들여다보았다. 해외에서 추진 중인 전력사업도 철저하게 수익성 관점에서 재평가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내실 있게 다시 짰다. (중략) 직원들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간부급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분과 경영 성과급까지 반납하는 등 특단의 조치에 동참했다."(71쪽) 곧 무너질 것 같던 한전을 벼랑 끝에서 되살린 조 사장은 이제 새로운 큰 판을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파리기후변화 협약 체결로 출범한 신기후체제다.

조 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아직까지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전력 분야에서도 효율성과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며 "두 산업 부문이 융·복합을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면 가공할만한 시장 지배력을 갖출 수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을 미래 에너지 산업 강국으로 만들어줄 키워드로 스마트그리드(SG), 지능형 원격검침 인프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나주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105개 기업을 유치한 한전은 오는 2020년까지 기업 500개까지 유치해 3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더 얻어맞지 않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것이 꿈'이었던 조 사장은 이제는 선발투수로서 새로운 빅리그 출전을 앞두고 있다.

1만6천원. 알에이치코리아.

coo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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