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상업용 부동산> ② 치솟는 임대료, 떠나는 상인

입력 2016-04-27 06:16  

"건물 가치 떨어질라"…임차인 떠나도 임대료 요지부동저금리가 시장 떠받쳐…밀려난 상인들 헤쳐 모여 신흥상권 형성

"높은 임대료를 버티다 못해 임차인 손바뀜이많이 일어났죠. 이면도로쪽엔 순익은 커녕 매출이 임대료보다 적은 점포도 있으니영세 상인이 버텨낼 방법이 없죠."(가로수길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 "강남역 대로변은 임대료가 치솟아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수요가 많아서 걱정 없지만 영세 상인들이 임대한 골목 안쪽 가게들은 임대료가 워낙 높아 대개 2∼3년을버티기 힘들어합니다."(강남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한동안 잘나가던 서울 지역 대표 상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소비를 주도하는 20·30대 젊은 층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핫플레이스로자리 잡은 강남역 일대와 가로수길 등 강남권역뿐 아니라 명동과 신촌, 홍대입구 등의 기존 상권이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치솟는 임대료에 밀려나는 임차인…대기업 프랜차이즈만 즐비 지난 21일 오후 6시께 찾은 강남대로변은 언제나처럼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뒤섞여 혼잡했다.

대로변에는 건물 한 개를 통째로 쓰는 의류 매장이 곳곳에 눈에 띄었고 화장품매장과 신발 매장 등 유명 브랜드 매장이 즐비했다.

그러나 대로변에서 벗어나 뒤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인적은 드물어지고 1층에 자리 잡은 소규모 카페와 음식점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상가 1층이 비어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지만 상가 2층이나 3층에는 임차인을구하는 작은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큰길을 건너 서초동 삼성사옥 인근 골목으로 들어서니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오후 7시 이후 한 상가 2층의 식당을 찾으니 테이블과 룸이 많이 비어 대체로 조용했다.

한 식당 주인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점심 손님과 저녁 회식 손님이 이어져 이일대 임대료가 세긴 해도 식당 유지는 됐는데 삼성 계열사들이 이주한 이후론 매출이 많이 줄어 어려워졌다"며 "이대로라면 장사를 접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도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동이나 강남역 일대 등 전통상권에서는 이미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기존 세입자들이 밀려나가는 현상을 보인지 오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심화하는 분위기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이런 임차인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임대인들이 좀처럼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임대료가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압구정 로데오의 1㎡당 임대료는5만3천900원으로 전 분기보다 6.6% 상승했고 신사역 일대는 1㎡당 5만3천700원으로전분기 대비 3.8%의 임대료 상승폭을 보였다.

압구정 로데오 상권은 임대료가 상승할 만한 뚜렷할 요인이 없었지만 임대인들이 점포를 비워둘지언정 임대료를 낮추지는 않고 있다.

관광객 수요가 꾸준히 몰리면서 유동 인구가 많은 신사동 가로수길도 임대료는계속 오르고 높은 권리금에 많게는 월 1천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기존 임차인의 이탈이 계속되는 추세다.

가로수길 대로변은 최근 6년 새 임대료가 많게는 600∼700%, 이면 도로도 200∼300% 인상됐다.

전용면적 23㎡ 규모의 1층 상가 점포의 경우 보증금 1억원대에 월 임대료 700만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을 통임대할 경우 보증금 5억원에 월 임대료 8천만원 수준이다.

우드맨에셋앤트러스트 노근우 선임연구원은 "상가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임대인이5년 이상 장기 임대를 원하다보니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에 건물 통임대를 원하는건물주가 많지만 높은 임대료로 인해 대기업도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가로수길 메인 도로에도 빈 상가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라면 한 번쯤 꼭 들른다는 대표적인 관광지인 명동 일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수년간 명동을 찾는 요우커가 급증하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 메인 거리상가는 화장품 매장이 들어선지 오래다.

밀려오는 요우커들 덕분에 화장품 브랜드 별로 명동 일대 매장에서만 월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에 따르면 지난해 명동 상권의 1㎡당월평균 임대료는 88만2천288원만원으로 임대료가 세계 8위를 차지했다.

강남역은 1㎡당 월평균 임대료가 67만3천532원, 가로수길 상권은 32만8천823원이었다.

◇ 기존 상권 시들, 신흥상권이 대체…전문가 "임대료 하락 어려울 듯" 소상인들이 기존 상권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 현상이 계속되면서 서울의 상권 지도도 계속 바뀌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권은 본질적으로 한쪽이 죽어야만 다른 쪽이 살아남는 제로섬 게임이다. 서로 수요를 빼앗아야 활성화될 수 밖에 없어한쪽이 살면 다른 지역 상권은 죽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압구정동, 강남역, 가로수길, 신촌, 명동, 홍대, 이태원 경리단길 등의기존 상권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난 소규모 상인들이 인근 다른지역으로 몰려들면서 신흥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양쪽 이면도로에 형성된 세로수길은 가로수길 대로변을 점령한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린 소규모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조성된 신흥 상권이다.

동교동, 서교동 일대까지 포괄하는 홍대 상권에서는 진작부터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이 진행되면서 기존 임차인들이 인근 상수동, 연남동으로 밀려나 이 일대에서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특색있는 신흥상권이 부상하면서 기존 임차인이 빠져나가고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점령한 기존 상권은 침체하는 모양새다.

한동안 맛집 등으로 주목받던 이태원 경리단길의 경우 2년새 상가 임대료가 60%이상 치솟으면서 임대료를 부담하지 못한 상인들이 이탈하며 건물을 팔아달라는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존 상권의 임대료가 웬만해서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실을 없애려고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 매매가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 버틸 수 있는 한 점포를 비워두는 편이 상대적으로 손실이 덜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리가 낮아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한승우 PB팀장은 "상권을 살리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상생하려면 적절한 임차료 수준을 유지하는 임차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임대인이나서서 상권을 관리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임대료가 낮아지면 건물 가격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공실로 두더라도 쉽게 임대료를 내리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명동이나 강남역 일대, 압구정 등 기존 상권은 건물주들의 재력도 상당하고 이미 관광지로 자리를 잡아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인구가 유지되는데다 언제든 새로운개발 호재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심리까지 더해져 임대료가 낮아지기는 쉽지 않은여건이다.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지점 정원기 지점장은 "현재 명동이나 강남 일대 상가임대료가 많이 오르는 상황이지만 강남과 명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상권이어서 공실이 있더라도 건물주들이 대부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다"며 "IMF 정도의외부적 요인이 없는 이상 명동이나 강남 일대 상가 임대료가 웬만해서는 내려가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ong0716@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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