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나온 총수들 말말말…"준조세, 국회서 법으로 막아달라"

입력 2016-12-06 21:33  

구본무 LG회장 언급…대부분은 "기억나지 않아","의사결정 관여 안해" 반복이재용 "저보다 훌륭한 분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한 주요 그룹 총수(오너)들은 핵심 의혹들에 대해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않았다'는 식의 모르쇠 답변을 되풀이했다.

결국 청문회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별로 없었지만 일반인에게는 평소 베일에 가려 있던 '회장님'들의 화법과 면모를 엿볼 기회이기도 했다.

◇ 이재용 "저보다 훌륭한 분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집중 타깃이 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미리 작정하고 온 듯 몸을 낮춘 겸양과 다짐의 발언을 거푸 쏟아냈다.

그는 "이번 일로 우리가 국민에게 많은 우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잘 알고있고 무거운 마음으로 나왔다. 앞으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며 "미비한 점이 있으면 앞으로 보충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드려서 저 자신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도 많다. 앞으로 저 자신을 비롯해 체제를 정비하고 더 좋은 기업 되도록, 국민한테 사랑받는 기업 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 아니냐는 얘기에는"양사 합병이 제 승계나 이런 쪽과는 관계가 없고, 제가 모자란다고 꾸짖어 주시고더 잘하라고 채찍질하시면 제가 받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앞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다그침에는 "경솔했던 일이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압력이든 강요든, 제가 철저히 좋은 회사의 모습을만들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하겠다. 절대 다시는 국민들 실망시키는 모습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정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로 답했다.

옆에 앉아 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정경유착을 끊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하도록 하겠다"고 거들었다.

이 부회장은 가장 민감한 사안인 경영권에 대해서도 "훌륭한 분이 있으면 언제든 넘기겠다"고 말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부회장보다) 더 기억력이 좋고 아는 게 많은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야 하지 않나"라고 묻자 "저보다 훌륭한 분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제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저보다 우수한 분을 찾아서 회사로 모시고 오는 일이다. 저보다 우수한 분 계시면 다 넘기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검찰·특검 등의) 조사 후에 저를 포함해 조직의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제가 책임질 게 있다면 그러겠다(책임지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로비 활동의 일환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저희한테 문화와 스포츠를 포함해서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지원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 이 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순실씨를 알게 된 시점이나 누가 승마 지원을 결정하고 돈을 집행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 구본부 LG[003550] 회장 "준조세, 국회서 법으로 막아달라" 주요 그룹 회장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성격에 대해 불가피한 지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민석 의원이 "앞으로도 뭐 좀 내라고 하면 또 들어주고 청문회 나오겠느냐"고 묻자 "국회에서 입법으로 막아달라"고 말해 방청석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도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게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이라며 "정부 요청이 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 힘든 게 한국적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총수들도 흔쾌히 또는 다른 전경련 회원사들처럼 따라서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기꺼이 했다"고 말했고,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고 모두 하니까 저희도 같이 따라서 했다"고 대답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제가 평창동계올림픽 때문에 바빴지만 대표이사가청와대에서 (요청을) 받았다고해서 다른 기업들이 하면 같이 하라고 했다"며 "참고로 (한진은)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뮤지엄, 영국 대영박물관에도 문화에 대한 것을후원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본무 전경련 회장은 전경련 해체 요구에 대해 "전경련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처럼 해서 운영하고 회원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 손경식 CJ 회장 "사퇴 종용에 나도 의아해"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 부회장의 사퇴를종용했다고 증언하면서 "(저도) 그런 말 자체에 대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수석과 재차 통화한 배경에 대해 "이미경 부회장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고 해서, 그러면 자기가 조 수석 얘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조 수석이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경솔하게 추측할수는 없고 조 수석이 말해야 하는데 확실히 말 안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회사 부회장 물러나면 좋겠다면서 이유는 말하지 않는 것을 자주겪어봤느냐"는 질문에 "직접은 겪어보지 못했다"면서 "과거에도 군부 정권 때나 이런 경우도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 원의 기금 출연 요청을받았지만 거절한 이유에 대해 "당시 왔던 (출연) 계획이나 얘기가 상당히 부실했고돈을 전해달라는 방법도 좀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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