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살보험금 약관대로 줘라"…피해자 줄소송 예고(종합3보)

입력 2015-02-25 15:44  

<<금융소비자연맹 공동소송 추가접수 내용 추가>>자살보험금 논란 뒤 첫 판결…금융소비자연맹도 공동소송 추가 접수삼성생명 "최종심 판단 위해 항소 예정"

약관에는 자살도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표시하고도 일반보험금만 지급해오던 보험사들의행태에 제동을 건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 나온 이번 판결이 그대로확정되면 같은 약관을 사용한 다른 보험사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 판결을 수용할수 없다면서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어서 다툼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박주연 판사는 박모씨 등 2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박씨는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 사망시 일반 보험금 외에 1억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약관에 따르면 자살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다. 다만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박씨 아들이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자 삼성생명[032830]은 일반보험금 6천3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은 거절했다.

박씨 등이 소송을 내자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며 이 약관도 정신질환 자살만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박 판사는 그러나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보험가입 2년뒤에 자살한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약관에서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의 자살을 병렬적으로 기재하고 있으므로 두 사안 모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통일적이고 일관된 해석이라는 것이다.

박 판사는 "삼성생명 주장처럼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자살을 나누는 것은 문언의 구조를 무시한 무리한 해석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특약 가입자들이 이 약관을 보고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이에 동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특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해 수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약관은 2010년 4월 이전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상품에 포함돼 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보험사들은 표기상 실수라며 약관을 수정하고서 그동안 자살시 일반보험금만 줘왔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 보험금의 2배가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대표적으로 ING생명에 제재를가하면서 자살보험금 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미지급 보험금을 주라는 금감원 통보에 보험사들은 소송으로 시비를 가르겠다며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약관이 잘못됐다고 해서 특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하다며 고객에 대한 신뢰보호를 중시했다. 대법원도 2007년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금융당국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생보사가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판결은 1심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생보사들이 제기하는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금감원이 접수한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민원은 40여건으로, 삼성·교보·한화 등 업계 '빅 3'와 함께 ING와 신한·메트라이프·농협 등은 모두 소송을 제기했다.

드러나지 않은 소송까지 합치면 수백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4월말 기준 생보사들이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은 2천179억여원에 달한다.

건수로는 삼성생명이 713건(563억원)으로 가장 많고, 금액으로는 ING생명이 653억원(471건)으로 가장 많다. 교보생명과 알리안츠도 각각 308건(223억원)과 152건(15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줄 소송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번 판결은 생명보험사의 신뢰를 져버리는 행위에 일침을가한 당연한 판결로, 공동소송에 참여할 피해자를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추가로 모집한다"고 밝혔다.

연맹에 따르면 현재 자살보험금 공동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ING생명을 상대로 15명이 제기했다. 또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을 상대로 60여명이 1차로 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아직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소멸시효 문제가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참여해 반드시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자살은 기본적으로 '재해'가 아니며 실수로 만들어진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는지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본다는 계획이어서 소송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 측은 "판결문을 받아보고, 검토해보겠지만 최종심까지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shin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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