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의 히말라야 다이어리 ⑬] 락시와 염소고기로 흥겨운 지누단다의 밤

입력 2014-09-26 09:47   수정 2014-09-26 09:47



지누단다(Jhinu Danda / 2,190m)의 밤.

 이 날 밤은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의 마지막 밤이기도 하다. 일행은 지누단다에 도착하여 그동안 우리들의 트레킹을 도와준 가이드와 포터 그리고 쿡 등을 위해서 작은 파티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염소를 한 마리 잡고 네팔식 민속주인 락시를 준비한다. 염소요리를 준비하는 쿡보이는 능숙하게 염소를 잡아 부위별로 해체하고, 먹기에 좋은 크기로 적당하게 잘라 요리를 준비한다.

오랜만에 먹어 본 염소고기의 맛은 제법 그럴듯했지만 락시는 생각보다도 싱거웠다. 와인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였으니 굳이 알콜도수로 치면 약 12도 정도나 될까? 네왈리 락시는 이보다 훨씬 강해 알콜도수가 약 30도에서 40도에 이르는 것까지 있지만 카투만두에서나 맛볼 수 있다. 네팔사람들은 락시에 여러 번 물을 타서 희석해 마신다.

지난 6일간의 트레킹 동안 가이드들은 능숙하게 길을 안내하고 모든 것이 궁금한 우리 일행들에게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다. 네팔 말 한 가지를 물어보면 한 마디 단어라도 더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트레킹 가이드가 한국사람들에게 많이 쓰는 ‘비스타리’는 우리 말로 치면 ‘천천히’라는 뜻이다. ‘비스타리’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의미와 함께 반대되는 말인 ‘치토’도 가르쳐 준다.

포터들은 한 번도 자신의 짐이 무겁다고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40킬로그램이 넘는 무거운 짐을 이고 가면서도 인상 한번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왜 힘들지 않겠는가.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웃으려 했고 넘어지려고 하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몸을 지탱했다. 

쿡의 요리는 더욱 놀라웠다. 한국인 트레커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요리를 전담해 온 쿡은 언제나 우리의 목적지에 미리 도착해서 여러 가지 한국음식들을 요리해 깔끔하게 내놓았다.

트레킹을 마친 우리 일행과 하루 일과를 끝낸 가이드, 포터, 쿡과 쿡 보이 등이 캠프 화이어를 한다. 준비한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고 락시를 한 잔씩 하고 이제는 귀에 익숙하고 입에서도 한 소절씩 가사가 따라나오는 ‘레썸삐리리’를 부르는 동안 지누단다의 밤은 더욱 깊어가고 있었다.
















>>>1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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