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의 히말라야 다이어리 ⑮] 네팔의 국립공원에 공짜는 없다

입력 2014-09-26 09:50   수정 2014-09-26 09:49



안나푸르나 최고의 뷰 포인트라는 푼힐로 가는 날. 일행과 작별을 하느라 포카라에서 하루를 쉬고 이른 아침 택시를 타고 나야풀(Nayapul)로 이동한다. 포카라에서 약 1,300루피(26,000원) 내외를 주면 시내의 어느 택시기사나 좋다고 따라나선다. 포카라에는 택시가 타려는 사람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10분 내외.

나야풀에서 체크 포인트가 있는 비렌탄티까지는 약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다. 오르막이 별로 없는 넓은 길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걸어가니 소풍이라도 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입산허가를 해주는 체크 포인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관리사무소에서 퍼밋(Permit)을 받으려고 하는데 1인당 4,000루피를 내란다. 4,000루피면 1인당 80,000원.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렇게 과도한 입장료는 없다. 네팔의 물가로 치자면 남자의 한 달 봉급보다 많거나 비슷한 액수이니 엄청나게 비싼 금액이다.

이유인즉슨 이렇다. 카투만두 타멜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Nepal Tourism Board나 포카라의 ACAP(Annapurna Conservation Area Project )에서 미리 입장권(Permit)을 사오면 2,000루피이면 되지만 이곳에서 직접 사려면 4,000루피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게다가 ACAP 체크 포인트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말에 의하면 어제 안나푸르나 지역에서 나갈 때 EXIT도장을 찍지 않고 포카라를 다녀왔다면 보내 줄 수도 있다고 하는데… 공무원과 한 시간 이상 동안 입씨름을 했지만 결국 한 푼도 깍지 못하고 입장권을 사야만 했다.

오늘부터는 개별여행이기는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 사전에 정보를 주지 않은 여행사와 현지 가이드를 탓하다가는 그나마도 곧 잊어버리기로 했다. 이 아름다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지역에 와서 이미 벌어진 일 고민해봐야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네팔에서 트레킹을 하려면 어느 지역이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서는 카트만두나 포카라에 소재한 ACAP (Annapurna Conservation Area Project )에서 발급한다. 여권과 여권용 사진 2매를 준비해서 허가신청서에 간단한 내용을 입력하고 입장료를 지불하면 즉시 발급해 준다. 비자연장을 할 때 오전에 신청하면 오후에 발급하고 때로는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과는 다르다.

더러 이 입산허가서 없이 산행을 했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트레커도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무모하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트레킹을 하다보면 곳곳에 체크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체크 포인트에서 퍼밋 검사는 어떤 경우에는 군인이나 경찰이 또 어떤 경우는 공무원이 하기도 한다.

그런데 트레킹 허가 비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우선 안나푸르나 보호지역은 기간에 관계없이 정액제로 2,000루피.(한화 약 40,000원/단 SAARC 즉 인접국 국민은 200루피의 저렴한 가격이다.) 에베레스트, 랑탕 히말지역은 1000루피다. 

이외의 지역은 조금 복잡하고 까다롭다. 칸첸중가의 경우 처음 4주간은 1주일에 미화 10달러이고 그 이후에는 1주일에 미화 20달러. 마나슬루 지역은 이보다 훨씬 비싸서 1주일에 미화 90달러를 내야 한다.)

무스탕 지역을 가려면 고가의 입장료를 내야한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처음 10일 동안 은 미화 700달러, 그 이후에는 1인당 하루에 70달러씩이다. 그나마 무스탕 고산지역( Upper Mustang)은 연간 1000명의 관광객에게만 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무스탕 지역을 가려면 개별적으로는 허가해 주지 않고 별도의 가이드와 쿡 등을 고용해야 하니 실로 엄청난 비용이 들게 되는 것이다.

네팔 당국은 이 입장료로 국립공원의 시설을 정비하고 지역주민들의 복지 등에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막대한 금액의 입장료가 그대로 공원에 투입된다고 믿는 트레커는 별로 많지 않다. 특히 보수되지 않은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지역의 산사태 지역과 이정표도 몇 개 세워지지 않은 에베레스트 지역을 지나다 보면 더욱 입장료의 사용처가 의문스러워지는데 사실 국립공원 입장료는 네팔 정부의 커다란 수입원이라고 한다.





















>>>16편에 계속

<A>▶ [김성률의 히말라야 다이어리 ①] 안나푸르나를 향하여
▶ [김성률의 에베레스트 다이어리 ①] 가자! 에베레스트를 향하여…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63) 인수봉 여정길 / 태숙·말숙 씨가 개척한 그길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73) 불곡산 ‘악어의 꿈길’ / ‘산머루산다래’의 꿈 <!-- p style="margin:50 0 0 0" class="arti_txt6 he22" id="newsView" --><!-- sns 보내기 -->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76) 설악산 미륵장군봉 타이탄길 /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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