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지역(Annapurna Conservation Area)은 묘한 매력이 있다. 깨끗한 길과 멋들어진 경치, 다양한 민족과 여러 가지의 식생층.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리는 푸른 계곡물을 즐기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길을 가다보면 절로 흥이 난다. 게다가 전 세계 각지에서 온 트레커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트레킹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푼힐전망대 트레킹은 보통 2박 3일이면 끝난다. 나야풀에서 7시간 정도를 올라가 울레리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고레파니까지 약 4시간 정도를 이동하여 1박을 한 후 다음날 새벽 푼힐전망대에서 일출을 보고 출발지인 나야풀까지 원점회귀를 하게 된다.
트레커의 체력에 따라서 3박 5일의 일정으로 트레킹하기도 한다. 이 경우 3일째 되는날 티케둥가 등의 지역에서 하루를 더 묵게 된다.
비렌탄티에서 티케둥가(Tirkedhunga/1,480m)까지는 아주 평평한 길이다. 그러나 티케둥가부터 울레리(Ulleri / 2,080m)로 가는 길은 심한 깔딱고개. 돌계단길이 계속된다. 그도 그럴 것이 해발이 600미터나 올라가기 때문이다.
첫날 산행 목적지로 삼은 지점은 반탄티. 그러나 체크 포인트에서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을 소비하고 울레리를 올라가며 여러 번 다리 쉼을 하면서 마음이 바뀌어갔다. 특히 길을 가며 네팔의 여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더러는 네팔민요 레썸삐리리와 꼴까다갱요 등을 부르며 힘든 줄 모르고 길을 간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여학생들에게 울레리에 좋은 숙소가 있느냐고 물으니 “정말 환상적인 숙소가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그중에 한 여학생, 미소를 지으며 자기를 따라 오란다. 여학생의 이름은 ‘대리’ 묻는 말에 대답도 친절하다. 깔딱고개 돌계단을 힘들게 올라서니 드디어 울레리. 대리가 안내해 준 집은 힐탑게스트하우스. 대리의 집이다.
대리는 엄마와 같이 둘이 산다. 아빠는 카투만두에 돈을 벌러 나가셨다. 비수기에는 카투만두에서 일을 하고 성수기에는 다시 울레리로 돌아와 트레커를 맞는다.
대리의 엄마, 생각 이상으로 음식솜씨가 깔끔하다. 볶음밥 한 그릇을 시켜 에베레스트 맥주와 함께 푸짐한 만찬을 즐겼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아띠산악회의 패넌트를 식당에 붙이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네팔 트레킹 지역의 어느 롯지에라도 패넌트나 스티커를 붙일 수 있다. 트레커들이 자기 보다 먼저 그곳을 지나간 자기나라의 글과 기념품을 보면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안나푸르나 지역이나 에베레스트 지역 등을 트레킹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트레커들이 붙인 포스터와 패넌트, 스티커는 물론이고 한글로 쓰여진 안내판도 찾아 볼 수 있다.
>>>17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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