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 화요일
오전 7시30분경 셀파문화원 방면으로 산보를 나갔다가 국립공원전망대에 올랐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의 머리 부분을 바라 볼 수 있었다. 전망대 옆의 에베레스트 박물관은 오전 8시에 문을 여는데 일정상 방문할 수가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날이 따뜻해진 오전 9시, 캠프 드 베이스를 출발하여 디보체로 향한다.
남체, 멋진 마을, 셀파의 본산, 우두머리 셀파의 고장인 남체바자르를 뒤로하고 풍기텡가로 가는 길은 먼지의 연속, ‘사막의 폭풍’이었다. 먼지를 계속 마시며 풍기텡가로 내려서니 두 개의 작은 식당이 있다.
둘 중의 한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주문한다. 그런데 우리 팀이 먼저 주문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팀 셀파의 농간(자기팀 식사를 먼저 제공해 달라는) 때문에 서양 트레커들이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기다리다가 1시간이 다 지나가서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주인에게 문제점을 일러줬더니 그런 줄 몰랐다며 사과를 한다. 식사가 끝난후에는 포터 학반이 자기가 먹은 밥값을 내지 않고 줄행랑을 놓아 대신 지불해 주기까지 하여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풍기텡가에서 텡보체로 오르는 도중 숨이 가쁜 것은 물론(해발 3,000미터 이상의 고지에서 다시 고도 800미터를 높이는 트레킹이다.) 복부쪽에 강한 압력을 느꼈다. 나는 이것도 고소증세의 하나라고 본다. 고소증세는 워낙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안나푸르나라운드 트레킹 때에는 연속적으로 트림을 하는 트레커도 보았다.)
탱보체에는 이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티벳식 사원이 있다. 무척 유명한 곳인데 1989년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전소되었다가 에드먼드 힐러리 경 등이 모금운동을 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에베레스트 지역에는 힐러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힐러리는 이곳의 대부이자 성인이었다.
탱보체 모나스트리는 재정이 넉넉하다고 하는데 리마의 절은 왜 그리 빈한한 지… 그것은 사원에 있는 승려의 명성에 따라 시주의 액수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디보체에는 묵을만한 롯지가 하나밖에 없었다. 전기도, 물도 공급되지 않는 롯지이지만 명랑, 쾌활한 소녀 마야와 뜨끈한 찜리 덕분에 저녁 8시30분까지 몸을 덥혔다.
같이 간 일행 중 한 사람이 포터 학반이 예의가 없거니와 머리띠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하여 포터를 바꾸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야를 통해 루크라에서 포터를 불러 올 수 없는가를 확인하고자 했는데 사실상 루크라에서 이곳까지 밤을 새워 달려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마야는 무슨 일인지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네팔 가이드를 우리에게 소개해 주었다. 첫눈에 건방져 보이는 친구인데 마야가 이 사람을 포터로 쓰라고 하니 일행은 좋아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잔다.
그 친구는 자기가 가이드라고 소개하며 얼마든지 포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복장도 잘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였다. 하루 20달러를 달라고 한다. 나는 단호하게 그 친구를 돌려보냈고 일행도 나의 행동에 공감하였다.
고소여서 그런지 잠이 자주 깬다.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의 같은 해발고도에서 겪은 증상과 비슷하다. 고소적응을 잘해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트라를 무사하게 다녀올 수 있을텐데… 걱정을 하다 잠이 든다.
>>>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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