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의 에베레스트 다이어리 7] 히말라야, 통곡의 순간

입력 2014-09-26 10:00   수정 2014-09-26 09:59


2월26일 목요일

걱정과는 달리 날씨는 아주 좋다. 어제 오후 페리체에 머물 때 일기가 다소 급변하여 안개가 가득 찼기 때문이다. 역시 고산지역은 아침날씨가 좋다.

친구집에 자러 간 리마와 리마를 따라간 학반을 데리러 롯지 건너편 리마의 친구집으로 갔다. 리마를 부르니 얼른 뛰어 나온다.

리마와 학반을 불러 각각 미화 50달러씩 주었다. 사용할 돈이 떨어졌다는 리마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학반에게는 일행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마야가 문밖으로 나와 우리를 환송한다. 이틀을 머무는 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우리를 기웃거리는 버르장머리 없는 네팔가이드 둘을 뒤로 하고 디보체를 떠나 쇼마레로 향한다. 리마와 학반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오르쉐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차를 사주니 학반이 특히 좋아한다.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자주 사줄 걸.

아마다블람을 마음껏 감상하고 페리체로 가는 길. 프랑스 커플도 만나고 솔로 쿰부의 셸파도 만났다. 뉴욕에서 온 빌리 조엘(?)도 만나고, 강한 기류(jet stream) 때문에 루크라에 비행기가 며칠 못 떴다고 귀중한(?) 정보를 주는 벨기에 친구도 만났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페리체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는다. 마을 끄트머리에서 두 개의 롯지를 놓고 비교하다가 히말라얀 호텔에 1일 50루피에 묵기로 하였다. 점심으로 오랜만에 야크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정말 오랜만의 포만감이요 만족한 식사였다.

아침 8시20분에 출발한 트레킹은 오후 1시에 페리체에 도착하면서 일찍 끝이 났다.(4시간 40분 트레킹) 점심을 먹고 고소적응을 위해 홀로 토클라 방면으로 한 시간 정도 걸어갔다.

세상에는 오로지 산과 구름, 바람 그리고 ‘나’뿐이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와중에 내 시야를 통해 들어오는 것은 오로지 하늘과 땅.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주 짧은 시간 내가 살아온 지난 날들과 나의 부모님,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직업 그리고 조금 거창하게 나의 조국을 떠올렸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니 그건 눈물이 아니라 통곡이었다. 세상과 고립된 세상에서의 통곡이라니…  조금 더 치열하게 인생을 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도 들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아쉬움도 떠올랐다. 타인에게 더 따뜻하게 배려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환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된 감정은 감사하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걸어가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이 귀한 여행과 산행을 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나 홀로 겪었던 그 체험은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사는 동안 만날 수 있었던  가장 귀중한 체험 중의 하나였다.
















>>>8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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