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의 에베레스트 다이어리 10] 칼라파트라 피크, 장엄하고도 놀라운 전망

입력 2014-09-26 10:03   수정 2014-09-26 10:02


로부체(4,910m)를 출발하여 마지막 롯지인 고락셉(5,140m)을 향해 떠난다. 오늘의 목적지는 해발고도가 5,140미터. 네팔에 와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트레킹이다.

트레킹이 시작되는 아침 6시부터 일행들의 컨디션은 최악이다. 아주 천천히 걷는데도 숨이 가빠하고 눈까지 풀려 보인다. 급하게 비아그라까지 처방해 보지만 당장은 효과가 없다. 상태로 보아서는 당장 내려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심조심 앞으로 전진해본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을 할 때 불과 해발 3,700m에서 고소를 맞았던 나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이곳은 그곳보다 1천 2백 미터나 높은 곳인데 말이다. 나는 포카라 공항보다 고도가 낮은 팍딩을 출발한 이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높은 곳을 올랐다가 그곳에서 20 - 30분간 쉬고 다시 내려온 고소적응의 효과라고 생각했다.

이 방식의 고소적응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효과도 가장 확실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도 낮에 높은 곳에 올랐다가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트레킹을 하느라 피곤한데다가 당장 급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고산을 처음 오르는 트레커들은 고소적응을 위한 훈련을 매일 실시해야 할 일이다.

오전 11시, 일행은 어렵게 어렵게 고락셉에 도착했다. 리마가 추천한 ‘히말라얀 롯지(Himalayan Lodge & Restaurant)’에 방을 얻고 식당에 편하게 앉아 본다. 히말라얀 롯지는 종업원들이 친절해서 좋다. 소금을 뺀 프라이드 라이스를 고추장과 깻잎에 싸서 먹어본다. 하지만 우리를 포함에 이곳에 묵는 트레커들은 상당수가 음식을 남기고 있었다. 식욕을 잃은 탓이다.

다행히 일행이 컨디션을 회복해서 가벼운 배낭만 매고 칼라파트라로 향한다. 칼라파트라 피크는 해발 5,550미터의 높은 산. 처음에는 쉽게 시작했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숨이 벅차온다.

처음에는 씩씩하게 출발했지만 점차로 속도가 떨어진다. 처음에는 100걸음을 걷다가 쉬었지만 점차 힘들어지자 50걸음을 걷고 30초 쉬고 나중에는 30걸음을 걷고 30초를 쉰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산행을 했지만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었을까? 지리산 태극종주 정도? 아니 그와는 또 다른 격렬한 등산이다.

두 시간에 가까운 산행 끝에 드디어 칼라파트라 피크에 도착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닥치는데도 정상을 세 번이나 올랐다. 한번은 등정을 위해서 두 번째는 포터 리마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그리고 세 번째는 리마가 찍은 사진이 하나도 안 나와서 다시 찍으려고… 여러 해 동안 포터 생활을 한 착한 리마는 그러나 사진을 찍을 줄 모른다.

칼라파트라 피크에서는 에베레스트를 가장 잘 바라다 볼 수 있다.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곳 에베레스트가 저 건너편에 바라다 보인다. 그리 멀리 떨어진 것 같지 않다.

8천 미터 급의 고봉들은 에베레스트와 당당하게 어깨를 견주고 있고 7천 미터급들의 고산들도 우쭐하며 서있다. 6천미터급의 산들은 하도 많아 이름도 제대로 알 수 없다. 한국 원정대와 깊은 인연이 있는 로체(8,501m)도 보이고 바로 건너 편에는 눕체(7861m)가 목에 힘을 주고 서있다.

과연 에베레스트는 ‘대지의 어머니’라는 의미의 ‘초모랑마’로 불리울만 했다. 수 많은 산들이 대지의 어머니 에베레스트에 경배를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름 모를 봉우리들이 형제들처럼 나란히 서서 하늘을 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칼라파트라의 조망은 장엄하고도 놀라울 뿐이었다.

















>>> 11편에 계속

<A>▶ [김성률의 히말라야 다이어리 ①] 안나푸르나를 향하여
▶ [김성률의 에베레스트 다이어리 ①] 가자! 에베레스트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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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바윗길을 가다(63) 인수봉 여정길 / 태숙·말숙 씨가 개척한 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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