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 월요일
오전 8시 디보체를 떠나 탱보체로 향한다. 하산 트레킹 때에는 등산 트레킹 때와 달리 토클라(Thokla)를 지나서 딩보체(Dingboche)로 가야 멋진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많지도 않은 일행 5명(일행 3명, 포터 2명)이 두 팀으로 나뉘게 된 것이다. "포터들이 길을 돌아가니 지름길로 가야 한다"고 두 분이 먼저 가는 바람에 헤어지고 만 것이다. 뒤에서 큰 목소리로 여러 번을 불렀지만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을 불러오기 위해서 급하게 포터 학반을 보냈다. 하지만 뒤에서 보고 있노라니 약삭빠른 학반은 일행을 데려오지 않고 거리가 짧은 페리체로 가고 있다. 딩보체로 가던 페리체로 가던 어차피 중간에 만나는 지점이 있으니 영악한 학반은 틀림없이 일행들과 함께 그곳에서 기다릴 것이다.
나는 리마와 둘이서 딩보체로 향한다. 어차피 계획되었던 일정이고 꼭 가보아야 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넓고 너른 초원길.
토클라에서 딩보체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다녀 본 트레킹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길이었다.
지리산 연하봉 못미처 연하선경과 비슷한 그런 길. 내가 가장 사랑하는 모양의 길이다. 아름다운 산길을 마음껏 음미하며 홀로 걷다 보니 그동안의 어려움들이 불현듯 잊혀지고 행복한 마음만 그득하다.
해발이 약 4500미터가 되는 고원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푸근하고 편안했다. 영원히 이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딩보체를 지나 쇼마레까지 포터와 떨어져 홀로 걸어간다.
박범신의 소설로 더 유명해진 멋진 촐라체, 보는 위치에 따라 기기묘묘 모습이 바뀌는 아마다블람, 아름다운 산너울, 신비한 석탑 그리고 한없이 이어진 초원들을 마음껏 감상하며 걸어간다. 이번 에베레스트 산행을 통 털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예상대로 쇼마레(Shomare)에서 일행을 다시 만났다. 학반에게 왜 일행을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고 꾸짖으니 “말이 통하지 않아서”라고 또 옹색한 변명을 한다. 역시 학반은 거리가 먼 딩보체보다는 거리가 짧은 페리체로 간 것 같다. 생각할수록 얄미운 녀석이다.
탱보체에서 셀파 롯지(SHERPA LODGE)에 들렀다. 인연이 있어 두 번을 찾아 온 집. 수 백 권의 책과 잡지가 준비되어 있는 롯지 식당에서 우연히 아웃사이드(OUTSIDE)잡지를 펴보게 되었다.
그런데 기사 중에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하산하는 여산악인(Erics Daniel)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기사를 보면서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 높은 에베레스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니… 과연 인간의 도전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1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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