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즐기는 고스톱 한판은 도박죄?

입력 2014-06-06 19:40   수정 2014-06-06 19:40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가까워 졌다. 추석에는 여러 가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가족들끼리 송편 빚기, 성묫길에 올라 벌초하기, 할머니 할아버지께 용돈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 등 다양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추석이면 으레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고스톱 한판을 벌이는 모습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더불어 그때마다 궁금해지는 것.

명절 때마다 치는 고스톱, 도박일까?

기존 대법원 판례는 명절에 친척들끼리 모여 즐기는 고스톱에 대해 관대한 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가족들 간 쳤다 해도 지나치게 판돈이 크면 도박죄가 성립될 수 있다.

형법상 처벌은?

형법 246조에 의하면 도박을 한 사람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단, 일시적인 오락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문제는 단서조항에 적힌 '일시적인 오락'의 의미. 우리 법원은 이 의미에 대해 판돈, 도박한 사람의 직업과 재산, 사회적 위치, 도박을 한 사람들의 관계, 도박이 진행된 총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평소 수입이 거의 없는 A라는 사람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모여 점당 100원에 불과한 ‘저렴한 고스톱 판’을 장시간 동안 벌였다면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들에게는 그날의 고스톱 한판이 전혀 오락적인 의미가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위 사례와 비슷한 맥락이더라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B라는 사람이 그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걸고 고스톱을 친 사건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B와 함께 고스톱을 쳤던 사람이 세무사 라는 점, 재산과 사회적 지휘, 수입 면으로 봤을 때 일시적인 오락으로 보인다는 판단이다.

명절 때 친척들끼리 모여서 혹은 상가집에서 치는 점당 100원 정도의 고스톱을 치는 것은 일반적으로 도박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이렇게 친척들이 모인 자리일지라도 전체적인 판돈의 수가 지나치게 크고 장시간 쳤을 경우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야 한다.

남호영 변호사는 “도박이냐 일시적인 오락이냐를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바로 판돈의 크기다. 점당 100원 정도로 명절 때 가족끼리 치는 고스톱은 일반적인 경우 오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도박으로 빚을 지게 됐을 때는 어떨까?

이에 남 변호사는 “민법상 도박에서 오고갔던 돈은 도박채무, 즉 불법원인급여가 되어 갚지 않아도 좋다. 단, 돈을 갚지 않고 싶다면 도박임을 고백하고 형법상 처벌을 받아야 하므로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률상의 ‘도박’이란 우연에 의해 재물을 얻는 행위를 뜻한다. 이렇듯 우연에 의해 재물을 얻는 일이란 일상에서의 일탈감과 재미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명절마다 고스톱을 벌일 때면 가족들 간의 말다툼이나 몸싸움을 소식을 접하는 일이 부지기수.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 간 좀 더 생산적인 즐길 거리를 찾는 일, 우리민족이 명절마다 풀어야할 숙제가 아닐까?

한경닷컴 bnt뉴스 오나래 기자 naraeo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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