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한 클리비지, 브래지어를 벗어라~!

입력 2014-06-10 17:25   수정 2014-06-10 17:25

가슴골. 봉긋하건 납작하건, 가슴이 자리하는 두 꼭짓점 사이를 일컫는 ‘클리비지’는 남성의 시선으로 줄곧 왜곡되어왔다.

유혹의 도구가 아닌 신체의 일부로 더욱 아름답고 시크하게 기능하기 시작한 이번 시즌, 이제 ‘진짜’ 클리비지 룩을 즐길 때가 왔다.

“멜론만한 가슴이 몸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고 가끔 상상해본다. 화이트 셔츠를 입으면 단추가 죄다 터져버리지 않을까? 시크한 여자라면 가슴이 작아야 한다. 그래야 이렇게 배꼽까지 터진 옷도 마음껏 입고 야하단 소리를 안 듣지. 가슴이 크면 모든 상황에서 불편해질 뿐이다” 프렌치 시크의 표본 샬롯 갱스부르와 루 드와이옹이 파리 보그 인터뷰에서 한 유쾌 상쾌 통쾌한 말이다.

가슴이 작은 여자가 칠 큰소리라면 죄다 이런 식일 뿐이라고 코웃음 쳐도 할 수 없다. 타고난 사이즈를 속죄하거나 증오하는 모순을 버렸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니까.

‘살 그 자체’를 형상화한 듯한 베스 디토가 어느새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하고, 온몸을 육중하게 흔들어대며 객석의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내는 시대에 작은 가슴에 흡족해할 수 있는 건 21세기 산 여자가 응당 누려야 할 고귀한 가치 중 하나 아닌가?

이걸 주창하는 건 이번 시즌의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특히 한국 가로수길과 홍대 앞, 온라인 쇼핑몰 소녀들)에 프렌치 시크 열병을 퍼뜨린 프랑스 여자들이 바로 이 현상의 원흉(?).

그녀들의 DNA에 ‘작은 가슴’이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닐 테고, 그저 가슴자체에 연연하지 않는 쿨한 태도 때문일 거다. 성형수술을 천박하게 여기거나, 가슴이나 발가락이나 몸에 달렸으니 그게 그거지 하는 식의 사고방식은 여자를 수많은 그리고 불필요한 사조와 시선들에서 해방시키니까.

자기 자신을 인정함으로써 한없이 자유롭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여자들을 위해 디자이너들은 클리비지를 열었다. 남자를 침대로 유혹하기 위해 봉긋하게 솟아오르게 해 생겨나는 가슴골이 아닌, 그냥 두 개의 가슴이 자리하는 곳 사이를 괴기한 장치나 가감 없이 개방한 것이다.


그래서 이 의상들은 브래지어 없이 입어야 시크하다. 유두를 드러내는 것이 처녀성을 경매에 부치는 것처럼 해괴한 일도 아니고, 오히려 꽁꽁 싸매고 가리는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일인지 상기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사제공: W Korea 최서연 기자www.wkorea.com)

한경닷컴 bnt뉴스 패션팀 jiyoung@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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