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남자보다 여자가 많이 걸리는 이유?

입력 2014-08-04 23:32  

우리는 주변에서 '홧김에 OO 했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스트레스로 눌려져 있던 화가 폭발하면서 나도 모르게 일을 저질러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없이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조사 과정에서도 살인자의 자백에는 늘 '홧김에 저질렀다'는 말이 속해 있다. 이러한 우발적인 사건이 다른 세계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돌아보면 나 자신 또한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경우가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병'이란 스트레스가 오랜 시간 누적되면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증상으로,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예고 없이 터져버려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스트레스를 매우 잘 이겨낸다 생각하고 낙천적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갑작스럽게 폭발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화병이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는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한국의 문화 때문으로, 미국정신의학회에서 'hwabyung'이라는 한국 병명 그대로 표기하기도 했다. "내가 너 때문에 화병으로 죽겠다"는 등의 말을 한번 쯤 들어봤을 정도로 화병이 한국 문화에서 나온 것임을 감안했을 때 무조건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는 표현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화병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증상은 어떠하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화병의 증상

흔히 갱년기나 단순한 스트레스로 생각하고 짜증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화병을 방치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경과민, 우울증, 근심, 인내 부족, 불안감, 답답함 등의 증상을 보이며 한숨이 늘거나 이유 없이 아픈 경우도 화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화병이 더 많이 발견되는 이유를 보면 고부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며느리가 화를 내지 못하고 참다 병으로 전환되는 경우, 상대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남성보단 여성이 소극적인 경우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책임감이 매우 강하거나 내성적인 사람도 화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강할 경우 타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보단 혼자 모든 것을 떠맡고 해결하려는 습성이 강해 스트레스를 배로 받게 된다.

또한 내성적인 사람은 쉽게 자신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활발한 행동보단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민이 있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어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화병 예방법

화병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참지 않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에 비해 비교적 감정표현에 자유로운 서양의 경우 화병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성격이 소극적인 사람이라면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의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화병은 부신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너무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처음에는 부신의 기능이 항진되어서 만성피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증세들을 나타내지만 지속될 경우 부신에서 호르몬을 분비할 수 없는 상태로 지쳐버리게 된다. 때문에 부신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이요법과 영양소를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직장인의 경우 흔히 스트레스를 술이나 담배로 푸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생체 리듬을 깨고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거대한 취미생활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명상이라던가 화초 가꾸기, 노래 부르기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화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화병(HWABYUNG)', 한국 사람에게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질환인 만큼 '참는 것이 미덕이다'라는 민족 고유의 정서를 이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우리만의 치료법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경닷컴 bnt뉴스 홍희정 기자 life@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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