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앙에 삼국지 인물이 등장하는 이유?

입력 2014-08-07 02:59   수정 2014-08-07 02:59

서울에는 국가에서 세운 사당을 비롯해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만든 사당들이 여러 곳 있다. 그중 대표적인 종묘는 조선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국가사당으로, 이곳에서 지내는 제례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돼있다. 

그 외에 국가에서 세운 사당으로 인왕산 국사당이 있다. 인왕산 국사당은 무속신당으로 목멱신사(木覓神祠)라고도 불리며 중요 민속자료 제28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태조 이성계(李成桂)와 무학대사(無學大師) 및 여러 호신신장(護身神將)을 모시고 있다.

국사당에서는 굿을 비롯해 개인의 참배와 기도가 이어진다. 초기에는 국가의 안녕을 기원했으나 오늘날 개개인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민간신앙 형태로 변화했다. 국사당에서 행하는 굿은 사업 번창을 비는 경사굿과 병굿, 우환굿 그리고 부모의 죽은 혼령이 극락왕생하기를 비는 진오귀굿이 행해진다. 

서빙고동 부군당은 조선시대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수호와 주민의 안녕을 위해 세운 제당이다. 15세기 말 또는 16세기 초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서울시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돼있다. 제당 내에는 3점의 신상(神像)이 있는데, 정면에는 당의 주신(主神)인 태조 이성계와 부인 강씨의 신상이 있고 왼쪽 벽에는 삼불제석(三佛帝釋)이 모셔져 있다.

평창동 보현산신각은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북한산 보현봉 기슭에 세워졌다. 서울시 민속자료 제3호로 지정된 이 산신각에서는 매년 3월1일 산신각·여산신각·부군당에서 동시에 제사를 지낸다. 제물은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삶아 바치며 굿은 하지 않고 유교식으로 제사를 지낸다.

이처럼 서울 곳곳에 중국 삼국지의 등장인물을 모신 사당이 자리하게 된 이유는 뭘까?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과거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지원군이 조선에서 일본과 전쟁을 하면서 그들이 신봉하는 관운장의 사당을 세우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후 관운장이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정착되면서 삼국지의 등장인물 관운장에게 부귀한 삶과 건강을 기원하고 있다.

중구 예장동에 위치한 와룡묘는 삼국지의 등장인물로 널리 알려진 제갈공명을 받드는 사당이다. 서울시 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된 이 묘사에서는 오늘날에도 음력 6월24일 와룡선생·관성제군의 제사를 지내며, 평상시에도 신도들이 치성을 드린다.

성제묘(중구 방산동)는 삼국지에 널리 알려진 중국 촉한(蜀漢)의 장수, 관운장을 받들기 위해 세워진 사당이다. 성제묘는 순수한 민간인에 의하여 세워진 사당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돼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음력 10월19일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원래는 관우 부부를 추모하는 제사였으나 현제는 동제(洞祭)의 형식을 띠고 있으며 대부분 마을 토박이 주민들이 참여한다. 이 사당은 조선시대의 민간신앙 및 의식구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관성묘(중구 장충동)는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장수 관우(關羽)를 받드는 묘사(廟祠)다. 고종의 비인 엄귀비(嚴貴妃)에 의하여 창건됐다고 하나 확실치 않으며, 임진(1592)·정유(1597)왜란 때 명나라 장수 진린(陳隣)이 남영관(南營管)에 있으면서 세운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부군당(府君堂)이라고도 부르는 이 묘의 제일(祭日)은 음력 정월 초하루, 5월13일, 6월24일, 10월19일 등 4번 제사를 지낸다. 특이하게도 산신령 상에 소주 대신 맑은 물을 올리고 생선은 쓰지 않는 것을 예로 하고 있다. 
 
한경닷컴 bnt뉴스 김희정 기자 life@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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