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나 기자] 패션업계의 디자인 카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잘 나가는 다른 브랜드 상품을 그대로 베끼거나 해외 컬렉션을 보고 디자인을 비슷하게 따라하는 것은 이미 패션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린지 오래. 해외 출장에서 브랜드 샘플을 구매하거나 괜찮은 제품의 사진을 몰래 찍어오는 것은 이미 관례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이같은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관습과 인식은 국내 패션시장의 카피 문화를 어느 정도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일조했다. 여기에 동대문 등 도매시장에서 브랜드 상품을 그대로 카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면서 이와 관련된 법적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정도.
몇 년 전부터는 동대문뿐만 아니라 들으면 알만한 패션업체들의 디자인 카피가 도를 넘는 수준을 보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들이 서로의 디자인을 베끼거나 신진 디자이너 상품을 그대로 카피하는 경우가 적발되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한 대기업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모 브랜드가 디자이너 브랜드의 양말 디자인을 거의 비슷하게 카피해 논란이 됐다. 바로 브랜드 측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카피 문제들이 더 많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중견 여성복업체가 론칭한 모 브랜드도 신진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카피해 관련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결국 업체간의 합의를 통해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것은 단순히 합의를 떠나 국내 패션업계가 얼만큼 카피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최근 상품 기획시 가장 중요한 스팟 상품 역시 표면적으로는 소비자와 마켓의 반응에 맞춰 인기 디자인을 발빠르게 출시하겠다는 의도지만 바꿔말하면 그만큼 시장에서 판매율 높은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조금만 변형해 출시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심지어 한 브랜드의 경우 대표가 직접 디자이너에게 판매율이 높은 다른 브랜드 제품을 들고 똑같이 만들라고 요구했을 정도.
여기에 디자이너들이 브랜드를 옮기면서 비슷한 콘셉트나 모티브를 차용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A 잡화 브랜드의 경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면서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B브랜드 디자이너들을 대거 영입해 비슷한 모티브의 디자인을 만들어 히트를 쳤다. 엄밀히 말하면 디자인 카피라고 할 순 없지만 소비자들이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콘셉트와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은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디자인 카피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면서 최근에는 이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핸드백 브랜드 쿠론의 디자인 유사 상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쿠론백과 비슷한 상품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대대적인 제보를 받고 외부 전문 업체와도 온오프라인 상품 단속에 나서며 전문 변리사와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현재 카피를 했다고 밝혀진 10여개 잡화 브랜드에 대해서는 1차 경고 조취를 취했으며 그 회신 여부에 따라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관계자는 “쿠론의 대표 스테파니백과 비슷한 디자인은 물론 이름까지 똑같이 붙인 상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관련 피해도 잇따라 발생해 이같은 강경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 패션업계도 바뀔 때가 됐다. 그동안 눈감아왔던 디자인 카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인식을 바꾸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단순히 일시적인 매출만을 좇고 인기있는 남들의 디자인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 개발에 더욱 몰두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내 패션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금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때다. (사진출처: 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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