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백화점들의 치열한 명품 경쟁 “男心 헤아려라”

입력 2013-01-10 10:26   수정 2013-01-10 10:26


[박영준 기자] 커져가는 잡화 시장에 남성 브랜드가 나설 자리를 찾았다.

구두 한 켤레에 10년을 신던 아버지 상은 더 이상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이 백화점의 큰 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기업의 복식문화 변동에서 엿볼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꾸준하게 변화해온 캐주얼 복식으로의 변화가 패션에 신경 쓰는 남성들의 숫자를 늘렸다. 일반 정장에 비해 다채로운 연출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한 몫 했다.

덕분에 백화점은 남심(男心) 잡기에 나섰다. 살림살이보단 멋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남성들이 타깃이다. 매해 성장세를 띄는 남성 잡화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남성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의 움직임에서 엿볼 수 있다. 약 4, 5년 전만해도 클래식 수트가 브랜드 매출의 60%를 차지했던 반면, 슬림핏을 내세운 최근 트렌드는 70%가 캐주얼 수트로 돌아섰다. 덕분에 T.I 포맨, 시리즈, 커스텀멜로우 등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은 캐주얼 수트에 어울리는 액세서리 제조나 수입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남성의류팀 MD 박제욱 과장은 태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현재의 남성 시장을 정리했다. 그는 “아직은 남성 액세서리의 태동기라고 보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남성 액세서리, 패션에 대한 관심과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늦은 것도 사실이다. 목표는 패션과 디자인이 가미된 남성 액세서리를 성숙 단계까지 가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성 편집매장 ‘맨즈퍼니싱’은 신세계백화점의 남성잡화 편집매장이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유러피안 브랜드 혹은 일본 브랜드의 제품들을 직접 바잉을 통해 입점한다. 상품들은 주로 셔츠, 슈즈, 안경, 지갑, 벨트, SLG(Small Leather Goods) 류다. 액세서리로 유니크한 감성을 뽐내려는 고객들을 사로잡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나타난 변화는 국내 브랜드의 입점이다. 제품력은 뛰어나지만 판매경로가 없는 제품들이 남성 편집매장에 속속 눈에 띈다. 해비츠 케이스, 골든 프로그 등은 맨즈퍼니싱을 통해 인큐베이팅 중인 브랜드들이다. 편집숍이라는 시험대에 올린 후 반응이 좋다면 단독 매장으로도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남성 패션이 성숙기로 접어들기 위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일례는 엘도노반이다. 2012년 12월31일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맨즈퍼니싱 매장에 입점한 엘도노반은 완성도나 품질 면에서 뛰어난 브랜드라는 평가다. 명품 브랜드 가죽에 사용되는 행롱 사의 특피를 사용해 핸드폰 케이스를 고급화한 경우다. 이미 현대백화점 남성 편집숍인 ‘로얄 마일’에서는 매출 1위를 달성한 바 있을 만큼 상품성이 인증됐다.

엘도노반 관계자는 “엘도노반은 전 세계에서 품질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 일본의 유명 편집숍들에 먼저 입점한 후 한국에 역수입 된 경우만 봐도 해외 브랜드와 견주어 손색없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이 한국의 백화점 편집숍을 통해서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성 편집숍이 타 국내 브랜드를 입점하는 것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드러났다. 국내 잡화에 대해 박 과장은 “궁극적으로는 국내 브랜드들이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유수 브랜드의 장인들과 견주었을 때 브랜드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 일부 맨즈 퍼니싱 내 입점 된 국내 브랜드들의 완성도나 품질은 인정하지만 타 브랜드들은 아직 발전 단계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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