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 중형차의 판매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택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택시 수요가 전체 판매되는 LPG 차종의 절반을 넘어서는 만큼 택시 시장을 겨냥한 제조사들의 경쟁도 뜨겁게 달아 오르는 중이다.
14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모두 25만대 규모다. 준대형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형으로 운행된다. 이 가운데 매년 신차로 대차되는 택시는 6만6,000대 가량이다. 차종별로는 현대차 쏘나타 3만4,000대, 기아차 K5 2만2,000대,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LPG로 판매된 SM5 1만대 중 절반 정도가 택시로 공급됐다. 따라서 택시 시장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중형차 판매 순위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 쏘나타는 지난해 국내에서 10만3,900대가 판매됐지만 LPG는 5만7,332대로 비중이 55%에 달한다. LPG 중에서도 택시가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60%에 이른다. 이른바 택시 수요가 뒷받침돼 중형차 1위를 지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아차 K5도 지난해 7만7,952대가 판매됐지만 3만7,495대는 LPG 엔진이 탑재돼 출고됐다. 그 중 2만2,000대 가량이 택시로 판매됐다. 반면 르노삼성 SM5는 택시 판매가 5,000대 정도에 그쳤고, 말리부는 택시가 없어 순위 자체가 무의미하다.
택시가 중형차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택시 업계를 향한 완성차회사의 구애 작전도 활발하다. 특히 택시를 많이 파는 현대차는 택시 전담 영업팀을 통해 개인 및 법인택시 단체들과의 유대관계를 확대하는 중이다. 기아차도 법인 택시 사업자 취향에 맞추는 등 적극적이다. 반면 르노삼성은 개인택시 사업자만을 공략 중이다. 구입 때 오로지 가격만 따지는 법인 사업자 거래가 쉽지 않아서다. 이와 관련, 택시업계 관계자는 "개인은 제품 내구성과 기타 편의성을 살펴보는 반면 법인은 무조건 저렴한 가격이 우선"이라며 "편의품목의 많고 적음을 떠나 택시요금은 동일하기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최근 택시에 에어백이 없어 논란인데, 이는 무조건 값 싼 차를 원하는 택시 사업자 요구를 완성차회사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택시는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차의 3파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개인과 법인에 치중하고, 르노삼성은 개인 택시만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르노삼성이 법인용 택시 판매 강화에 나섰고, 지난해 쉐보레가 올란도 2.0ℓ MPV 택시를 투입, 장거리 개인택시 시장을 겨냥한 만큼 향후 택시 사업자를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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