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안전장치인 에어백이 택시에선 좀처럼 장착되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이에 따라 탑승객 안전에 대한 배려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승용차에 있어 에어백의 존재 유무는 주요 구매 요소로 작용할 만큼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일부 차종의 경우 에어백 장착 부실 등이 논란이 되면서 판매량에 직격탄을 맞기도 할 정도다. 소비자가 안전장치, 그 중에서도 에어백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택시에서 에어백 장착은 먼 나라 이야기다. 탑승객 보호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음에도 실제 장착 비율은 현저히 낮은 것.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운송 수단인데도 사고가 나더라도 승객이 보호를 받을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택시 에어백 장착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안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용이 당연하지만 30만 원 정도인 조수석 에어백을 법인이나 개인이 비용 문제로 여겨 장착하지 않는 것. 이렇다보니 일부 택시의 경우 홈페이지 구매 정보에서 에어백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다. 아예 선택 항목에서 회사들이 삭제한 것이다.
실제로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택시 차종인 현대차 쏘나타는 운전석 에어백을 가장 낮은 트림부터 기본으로 장착하지만 동승석 에어백은 항목에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 판매되고 있는 쏘나타 트랜스폼 택시는 아예 운전석 에어백마저 선택항목으로 빼놨다. 기아차 K5 역시 운전석 에어백만 기본 제공할 뿐, 동승석 에어백은 찾아볼 수 없다.
동승석 에어백을 선택항목(28만원)으로 준비한 회사도 있다. 르노삼성차의 SM5다. 운전석 에어백을 기본으로, 동승석 에어백을 선택항목으로 둔 것. 구매 당사자가 에어백 장착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셈이다. 그나마 안전을 배려한 최소한 조치지만 여전히 장착 비율은 낮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기본으로 운전석/동승석 에어백을 채용한 회사는 쉐보레다. 택시용으로 제작된 올란도 택시에 운전석과 동승석 에어백을 기본 적용한 것. 가격 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준대형 택시 또한 에어백을 충실히 갖춘 편이다. 현대차 그랜저는 운전석/동승석 에어백과 무릎 에어백을 기본으로 구비하고, 커튼에어백(93만원)까지 선택항목으로 준비했다. 기아차의 K7도 운전석/동승석 에어백은 기본이다.
에어백 미장착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사회 전반에서 에어백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택시가 대중교통의 지위를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 안전에 대한 보장이 마땅하다는 것. 하지만 이 경우 택시 회사나 개인택시 사업자에 부담이 전가된다는 측면에서 반대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에어백 장착여부와 관계없이 운임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택시 에어백 장착을 위해 세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어차피 국민 안전에 결부된 사안인 만큼 정부가 책임지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경우도 부담이 적지 않다. 특정 사업자에 재원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다. 물론 사고에 따른 상해율 등을 낮출 수 있다면 사회적 비용도 낮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세금 지원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택시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택시 업계 관계자는 "택시 에어백에 대한 문제는 과거부터 논란이 돼 왔지만 결국 비용 문제로 장착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세금 지원이든 요금의 현실적 책정이든 가시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 [칼럼]자동차를 위한 '제네바모터쇼'의 교훈
▶ 국산 레저용 신차, 초반부터 캠핑몰이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