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좋은 친구들' 김민호, 악재에 악재 딛고 일어선 끈기男

입력 2013-04-11 08:22   수정 2013-04-11 08:22


[윤혜영 기자] 이런 인생도 있다. 조금의 희망도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안타깝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은 서울예술대학에서 '예술의 빛'이라는 상을 받으며 영예롭게 졸업한 후 채정안 김사랑 김승수 안재모 등과 함께 KBS2 '미나'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신인의 미니시리즈 주인공 캐스팅은 당시로써도 꽤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지면지와 인터뷰를 하며 이름을 알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기사를 기다리던 중 황수정의 필로폰 투약 사건이 터지면서 기사는 단 한 줄도 나가지 않았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나'와 동 시간대 방송된 드라마가 하필이면 SBS '여인천하'였던 것. 드라마는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05년, 연정훈 최정원 이지훈 김영훈 등의 배우들과 함께 첫 영화 '좋은 친구들'을 찍으면서 다시 빛이 비치나 싶었지만 제작 쪽에 문제가 생기면서 개봉이 기한 없이 미뤄졌다.

그렇게 '배우'를 포기할까도 고민하며 이런저런 일을 하던 그는 작년 봄, 부친의 간암 말기 소식까지 듣게됐다. 무언가 풀릴 듯 풀릴 듯 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완전히 꼬여버렸다.

짠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김민호다. 흔한 이름이지만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배우 김민호'가 나오지 않아 얼굴만 보면 생소하다. 하지만 꼬였던 그의 배우인생이 하나씩 풀리려나 보다. 영화를 찍고 8년이 지난 후 '좋은 친구들'(감독 진현태, 제작 주니파워픽처스 판타지웍스엔터)이 개봉을 확정한 것이다.

"사실 배우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저 같은 경우, 영화가 시기를 놓친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한동안 일이 없었죠. 이 영화가 빨리 개봉이 되면 그다음에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개봉을) 기다리기도 했었는데 시기가 지나고 악순환이 왔어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이 영화는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해야겠다'며 마음을 내려놓았죠."

우여곡절 끝에 영화 '좋은 친구들'은 2013년 3월28일 세상에 공개됐다. 개봉에 앞서 21일 가진 언론시사회에는 투병 중인 그의 아버지가 함께 자리했다.

"아버지가 그날 오셨어요. 또 언제 제가 무대인사를 하게 될지 불투명하잖아요. 사실 기자님들 오시는 시사회인데 아버지만 오실 수 없느냐고 부탁해서 오셨어요. 정말 열심히 해야죠."

조곤조곤 생각을 말하던 그는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버지는 아들이 영화를 찍는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개봉한다는 말은 한참동안 들을 수 없었다. 아버지인들 아들의 힘든 사정을 몰랐겠는가. "영화를 보고 뭐라고 하시던가"라고 묻자 그는 "'고생했다'고 하시더라"라고 담담히 답했다.


이쯤 되니 도대체 어쩌다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어렸을 때 운동을 했다. 체육 전공이라 대학교에 진학해 졸업하면 체육 교사가 되는 거였는데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연히 제의를 받았다. 친척들과 정혜선 선생님이 인연이 있어 함께 식사하다 인사를 드렸더니 '쟤 누구니?'라고 물으시더라. 당시 자퇴하고 재수 중이어서 '뭐할까 생각 중입니다'라고 했는데 '너 배우해도 되겠다. 한 번 해볼래?'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됐다. 연기를 갈망하는 누군가에게는 다소 쉽게 기회를 잡은 것 같지만 뜻밖에 그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사실은 그게 창피했다. '남자가 남들 앞에서 노래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운동하던 사람이니까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혜선이 그를 이끌었다. 정혜선이 구경 한 번 해보라고 데리고 간 SBS 탤런트 연수실에서 그는 인생의 전환을 맞게 됐다.

"건방지게 앉아서 보고 있는데 강의하시던 교수님이 쪽대본을 주시면서 '자네 잠깐 나와서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까짓 거 '해볼까?' 했는데 그냥 얼음이 됐어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죠. '이거 뭐지?' 거기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치심을 느꼈고 자존심이 바닥을 쳤어요. '탤런트로 온 것도 아닌데 왜 보러 온 사람에게 창피를 주느냐'고 따지려 끝날 때까지 기다렸죠. 근데 가만히 듣는데 틀린 말이 없었어요."

운동만 했던 그는 운동신경이 좋아 무엇이든 빠르게 배웠고 그 덕에 크게 실패한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김민호는 거기서 처음으로 '연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고 '잘해보고 싶다'고 느꼈다.

그는 "처음에 제가 느꼈던 게 무대 공포증이었던 것 같다. 극복하는데 어려웠다. 선천적으로 끼가 타고난 사람 같지는 않다"면서 "하다 보니까 (연기가) 진짜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연기하고 나면 뭘 놓쳤고 어떤 감정을 잘못 표현했고 등 항상 아쉽고 반성하게 되는데 그런 게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게 열정을 쏟았다. 창피를 줬던 고마운 분과의 인연으로 종로에 있는 연강홀에서 하루 12시간이 넘도록 연기를 트레이닝하고 무대에서 단역도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서울예술대학에서는 차태현 강성연과, 연극무대에서는 김윤석과 함께하기도 했다.

"차태현 씨는 지금도 '아이~ 언제 되는 게 중요합니까.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하지. 힘내고 같이 하자'라고 그래요. 김윤석 씨는 당시 결혼했을 때라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정말 잘 되셨고 예전의 초심을 잃지 않고 잘 지키고 가시는 것 같아요."

진한 마스크 덕에 '좋은 친구들'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김민호지만 반달 눈으로 환하게 웃자 의외로 순한 인상이 나타났다.

"20대 초반 때만 해도 탐내는 분이 많았는데 코드가 바뀌었어요. 지금은 개성 있는 마스크를 좋아하시잖아요. 90년대 나왔으면 대성했을 텐데 시기를 놓쳤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돌고 도는 게 인생사잖아요. 저에게 호황이 있을 시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끊이지 않고 배우로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좋은 날 있겠죠."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김민호. 그의 '제2의' 배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출처: 주니파워픽처스, bnt뉴스 DB, GDA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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