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나이와 감각은 별개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 디자이너 강기옥. 그의 브랜드 ‘키옥’을 표현하자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강기옥 부띠끄에서 2004년 ‘키옥(Kiok)’으로 리뉴얼 후 계속해 영한 감성을 더하고 있는 강기옥 디자이너. 35년차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옷을 보면 날이갈수록 신세대들의 감각과 세련미가 묻어나 신진보다 참신하고 베테랑 디자이너만의 고급스러움과 노련미가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지난 시즌 의상들은 심지어 국내 중견 디자이너의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15개가 넘는 트렌디한 매거진의 화보를 진행하고 20,30대의 젊은 연예인들의 협찬 또한 셀 수 도 없을 정도. 이처럼 디자이너 강기옥에게는 기성세대 특유의 정체되어 있는 느낌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2013 F/W 서울패션위크를 맞아 신인디자이너 보다 적극적인 태도와 개방적인 사고를 지녔으며 요즘의 젊은세대들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도전의식과 에너제틱한 아우라를 지닌 디자이너 강기옥을 만나봤다.
시간을 거스르는 35년차 젊은(?) 디자이너
유행이라는 것은 새롭게 탄생되고 시작되기 때문에 항상 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서인지 키옥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트렌디해져만 간다.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가 세련된 감각으로 재창조되는 것이지 시간이 지난다고 올드 버전이 되도록 하지 않는다는게 언제나 머릿 속에 있는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또한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이 먹는 것과 놀이, 특히 대화를 항상 많이 하며 젊은피를 수혈 받고 있는 중이다. 함께 DTP 작업하는 동료 역시 파슨스 출신의 젊은 친구들이다. 그들과 함께 파티를 하기도 하고 그들에게 젊은 감각을 배우기 위해 일부러라도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열정을 내비췄다.
특히 2012 S/S 컬렉션을 가장 흡족해 했다. 주변의 반응과 호평도 그렇지만 ‘내 나이에 이러한 감각이 나올 수 있을까’할 정도로 자신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꾸준히 젊어지려고 노력한 결과가 나온 듯 했다. 주체는 나지만 젊은 친구들과의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듯 하다.
더욱 젊어진 키옥, 또 한 번 ‘새변화’를 시도하다
키옥 하면 데님과 직선으로 유명한데 패션은 ‘트렌드’를 안고 가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항상 늘 해오던 데님 보다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변화를 주었다. 뉴욕의 크레용리, 세컨브랜드의 디자이너들, 영상은 프랑스 디자이너가 맡았다니 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더욱 영해진 키옥의 의상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 컬렉션은 크레용리와의 두 번째 콜라보레이션. ‘The room 212’라는 타이틀로 그의 뉴욕 작업실에서 모든 영감을 얻었다. 또한 그냥 옆방에 있는 것처럼 그와 영상대화를 나누면서 매일같이 커뮤니케이션하고 그곳에서 얻는 모티브에 키옥의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맞물려 전개된다. 이번에는 곡선보다는 직선을 많이 썼고 쇼파의 텍스처를 그대로 옷에 옮기기도 하며 다야한 실루엣과 디테일을 선보인다.
또한 지난 시즌 타이포그라피로 시선을 끌었다면 이번에는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을 통해 세련되면서도 감각적인 룩이 공개될 예정이다. 프랑스 비디오 아티스트인 마리와 함께 렌티큘라라고 하는 사진을 옷에 그대로 프린트로 옮겼고 그밖에 붓터치, DTP로 꾸며진 의상을 다시 워싱하고 해체를 통해 다양한 공정을 거쳐 새로운 감각의 의상이 선보여진다.
열정 빼면 시체, 나는 ‘워커홀릭’
종이옷을 만들어 옷을 사고팔며 어린시절을 보냈던 강기옥 디자이너는 뒤늦게 패션 공부를 시작해 내셔널 브랜드의 디자이너를 거쳐 의상실을 오픈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런칭하기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이후 백화점 입점과 유럽, 일본, 미국, 중국 수출과 함께 디자이너 최초로 홈쇼핑에 진출하는 등 볼륨을 넓혀간게 지금의 키옥이다.
수차례의 개인컬렉션과 함께 서울컬렉션은 2003년부터 시작해 5번을 제외하고 전부 참가했다. 이처럼 그는 본인 스스로 자신있게 “나는 워커 홀릭”이라고 말한다. 주변에서도 그를 일을 좋아서 한다는 열정이 느껴진다고 평할 정도.
가장 애착이 갔던 컬렉션 역시 2008,2009 F/W 시즌에 진행했던 ‘Touch’라고 꼽았다. PVC를 활용한 의상을 선보인 무대였는데 미싱이 아니라 프레스로 누르고 틀을 떠서 아주 어렵게 탄생된 의상들이다. 프랑스 패션 협회장이 감탄한 그때 의상은 손이 정말 많이 갔고 힘들었던 작업이었지만 그것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웃음 짓는 걸 보니 진정 일에 대한 사랑이 마음깊이 느껴졌다.
만약에 패션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 것이냐라는 질문에도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의지가 있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든 잘 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언제나 무엇이든지 에너지 넘치고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그였기에 지금의 키옥의 발전과 성공은 예정된 것이었다.
예전에는 수출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굉장한 성공을 거뒀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 집중하지 않았더니 갑자기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그 뒤로부터는 국내 마켓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상황.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상업화에 가장 큰 결점인 유통과 디자인과 마케팅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현재는 제대로 된 해외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국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본래 금년부터 해외 공략 예정이었는데 경기가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연기한 상황이지만 언제나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오픈하고 있다며 ‘키옥’만의 완벽한 브랜드력을 더욱 강화해 더 높이 뛰기 위한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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