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국제모터쇼가 개막했다. 올해는 대부분 완성차회사가 참가해 그 어느때보다 열기가 높다. 하지만 뜨거움만큼 걱정도 많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내수 시장 위축을 내뱉고 있어서다. 관람객이 12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주최측의 예상은 반갑지만 참여한 29개 완성차회사의 모든 제품이 주목받기란 쉽지 않다. 연간 120만대에 달하는 승용 시장을 두고 '혈전(血戰)'을 펼쳐야 하는 전쟁터에서 시선을 끌기 위한 유인책이 적극 동원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불과 열흘 뿐 올해 내수 목표를 장담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수입차라도 현상 유지에 비중을 두고 있다"며 "내수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시장 위축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는 얘기다.
물론 위기를 기회로 삼는 곳도 있다. 혼다는 지난해 연 이은 신차 출시를 통해 재도약을 선언했지만 연말연시 분위기에 휩쓸려 제대로 신차 효과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모터쇼를 통해 어떻게든 신차를 집중 알리겠다는 전의를 불태운다. 토요타 또한 현대차와의 '1:1' 맞춤 전략에 따라 그랜저 대항마인 아발론을 내세워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타는 독일차와 한국차를 흔들려는 일본차, 그리고 이들을 막아내는 국산차가 120만대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싸움터가 올해 서울국제모터쇼다.
사실 한국은 그 어느 곳보다 내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이 70% 이상인 기형적인 곳이기도 하지만 철옹성 같던 현대기아차가 서서히 수입차에 시장을 내주고 있어서다. 여기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같은 국산차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잃지 않으려는 현대기아차와 빼앗으려는 경쟁사들이 이번 모터쇼에 사활을 건다.
현대차 김충호 사장이 이례적으로 캐주얼 정장을 입고 나온 것도 현대차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시장을 주도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장의 요구를 겸허히 따르겠다는 간접적인 메시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관람객 시선을 견인할 때는 자동차가 우선이어야 한다. 가뜩이나 줄어들 내수 시장에서 자동차 외 구경거리만으로 전시장을 구성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올해 자동차를 구입할 사람은 어디까지나 자동차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올바르게 제공하는 것, 그게 바로 올해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법이기도 하다.
흔히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한다. 모터쇼도 마찬가지다. 볼 만한, 그리고 주목할 만한 제품이 없을수록 눈요기로 공간을 채우는 법이다. 이렇게 채우는 것은 내수 판매에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시장이 침체된 지금에선 더더욱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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