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 올리비아 리 셰프의 맛있는 인터뷰

입력 2013-06-24 15:15   수정 2013-06-24 15:15


[이슬기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여자라면 누구나 하얗고 예쁜 손에 대한 염원이 있기 마련이다. ‘시경’에서 여인의 아름다운 두 손을 하얗고 연한 풀에 비유하듯 섬섬옥수는 첫사랑처럼 아스라하다.

라베르샤의 쿠킹 스튜디오에서 만난 올리비아 리의 손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영광의 상처예요”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듯 먼저 대답하는 목소리가 꾸밈없이 밝았다. “제 노력과 진심을 그대로 담은 거죠.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바쁜 부모님 대신 외할머니와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요리를 시작했다는 그가 프라이팬을 처음 쥐었던 것은 무려 네 살 때의 일이다. 외할머니를 도와 팥죽의 새옹심을 만들고 김장 재료 손질을 도우며 놀이처럼 요리를 접하게 됐던 것. 수줍음이 많은 성격도 요리를 하면서 바뀌었다.

두바이 부르즈 알 아랍(Burj Al Arab), 프랑스 르 메우리스(Le Meurice)를 거쳐 대학교수와 월간 이밥차(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마케팅기획 이사를 재직 중인 올리비아 리. 그의 ‘예쁘지 않은’ 손에는 희망과 행복이 담겨 있다.

배움, 그 매력적인 세계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올리비아 리는 우연한 기회에 스위스 요리학교에 대해 듣게 되었다. 전문적인 호텔 요리와 매니지먼트는 물론 유럽의 다양한 유럽 문화 및 요리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호텔이 집이고 학교고 일터였어요. 아침 7시부터 첫 수업을 시작해서 밤 10시에 끝나는 스파르타식 커리큘럼이었죠. 팀 과제도 많아서 프로젝트를 마치면 새벽에나 잠들 수 있었어요. 제가 어떤 프리젠테이션도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는 건 그때 받은 교육 덕분인 것 같아요. 체력도요”

올리비아 리는 부르즈 알 아랍 최초의 한국 셰프다. “에드워드 권 오빠가 처음이라고들 생각하시는데 사실 제가 더 먼저예요” 기념적인 일을 농담처럼 던진 올리비아 리는 자신의 신념을 따라 최초의 호칭에 얽매이지 않고 떠났다. “두바이에서 일할 때 한 행사에서 미슐랭 3스타 셰프와 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 분과 일하면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테크닉과 색다른 맛을 알게 되었죠. 그 때 ‘파리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는 불어라곤 단 네 마디밖에 하지 못했는데도요”

파리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두바이에 있을 때는 8개 호텔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인정받던 그였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할 수 있는 일도 잘 할 수 없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된 생활에 우울함도 밀려왔다. 그런 상황에도 올리비아 리는 늘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했고, 마침내 인정을 받았다. “꿈과 목표가 있으면 겁이 나지 않는 것 같아요. 도전도요. 배우고 싶고, 해보고 싶으니까 힘들어도 참고 견딜 수 있게 되죠. 내가 해 보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니까요”

한식, 그 정다운 세계

외국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며 다양한 음식을 접한 올리비아 리. 이제는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한식의 매력이자 강점은 건강한 웰빙 음식이라는 점이에요. 우리는 항상 요리를 할 때 영양소의 균형을 항상 생각하잖아요. 칼로리도 높지 않고, 김치나 된장 같은 건강한 발효음식을 기본적으로 먹죠. 그런데 맛도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니겠어요”

“요즘은 한류 덕분에 많은 분들이 한식에 관심 갖는 것 같아요. 제가 외국에 있을 때만 해도 ‘한국은 어디니?’라던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그런 외국친구에게 제 사비를 털어가며 한식을 만들고 사 먹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달라지는 게 보였어요. 일본인친구들은 배용준씨나 보아를 보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자연스레 한식도 접하게 됐죠. 홍콩이나 미국, 프랑스 친구들은 비가 좋아서 한식에 관심을 가졌고요. 제 지인들은 제가 좋아서 한식을 접하게 되었다고 해요”

올리비아 리는 외국인들이 한식을 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한국을 잘 모른다’는 점을 꼽았다. “매력적인 사람이나 문화를 알게 되면 경험해보고 싶어지잖아요? 우선은 재미있게 알려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이미 올리버 같은 매력적인 셰프가 재밌게 설명해줘도 좋겠죠” 만약 그러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떤 설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올리비아 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정문화가 강해서 푸짐하게 대접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 문화를 함께 알려주며 건강한 웰빙음식, 그리고 다이어트식을 적절하게 녹인다면 좋을 것 같아요”

요리, 그 아름다운 세계


지금의 올리비아 리를 보면 아무도 믿지 못하지만 그는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요리를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불과 칼이 있는 위험한 곳에서 한 요리가 빠르고 맛있게 나오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좋아야 해요. 누군가가 다른 주문에 허덕이면 다른 누군가가 그걸 빨리 알아채고 부족한 부분을 도와야 하죠. 그렇게 함께 하는 거예요. 혼자 가면 빨리 갈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요리를 통해 배웠어요”

그의 요리철학은 베이직하다. “저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훌륭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고 진정성이에요. 누군가를 위한 요리는 그들의 직업, 특징들을 다 고려하고 파악해야 해요. 대상이 누구인지 모를 경우에는 누구든 좋아할 수 있는 요리를 선택해야 하죠. 재료도 마찬가지예요. 재료를 고를 때는 정말 까다로워야 해요. 해산물을 구입할 때에는 수산시장에, 채소류는 가락시장에 가는 게 좋죠. 레시피에 적힌 재료에 매달리기보다는 제철재료를 사용해보세요. 더 맛있어질 거예요”

라베르샤 만찬에서 올리비아 리는 오감만족을 위한 5 코스 음식을 준비했다. 참치타다키와 루꼴라 샐러드로 입맛을 돋우고 새우스프링롤을 통해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닭근위에 감자와 짭조롬한 파마산치즈로 얹어내고 안심스테이크와 레드와인소스로 중후함을 더했다. 달콤한 구운 바나나와 부드러운 머랭과 딸기도 잊지 않았다.

요리하는 여자, 올리비아 리

올리비아 리는 셰프이자, 마케팅 디렉터이며 ‘나쁜 여자의 착한 요리’의 저자이다. 한 자리에 멈춰있기보다는 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세계 최고 셰프들과 다양한 나라에서 배운 요리 팁을 아낌없이 공개하고자 한다. 특히 가감 없이 사람들과 소통을 했던 것은 나쁜 여자의 착한 요리. 3년간 책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스토리를 담았다. “제 책은 밥숟가락 계량을 했어요. 요리를 할 때 정확한 수치가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감에 의한 요리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계절에 따라 재료의 풍성한 맛을 살릴 수 있는 지식과 센스를 발휘해야 좋은 요리가 된다고 생각해요”

진심과 최선은 올리비아 리가 늘 가장 중요하게 새긴 단어다. “저는 그리 뛰어나지도 똑똑하지 않았던 사람이에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정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부족한 건 노력을 통해 채울 수 있어요. 자신감을 가지고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면 행복한 미래가 올 거예요. 뻔한 이야기 이지만 정말 진리인 것 같아요”

꿈을 찾아 방황하는 20대를 위해 올리비아 리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의 20대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어요. 20대란 그런 것 같아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죠. 하지만 지금의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노력하세요. 그걸 이겨내면 분명 행복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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