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주아성, 운전수 단역에서 박해진의 든든한 조언을 듣기까지

입력 2013-04-10 10:53  


[박윤진 기자/사진 배진희 기자]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무색하게 캐스팅 된 드라마 마다 대 히트작이었다. 맡은 역할에 비해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

사진만 보면 갓 데뷔한 신인 느낌이 물씬 나지만 올해 나이가 만 30세인 늦깎이 신인 배우다.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내 딸 서영이’에서 작은 역할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인생은 서른부터란 말이 있듯 그도 지금에서야 자신의 꿈을 향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터뷰 내내 주아성은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만은 그 누구보다 가득했고 간절했다. 그것이 더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해도 자신의 마음대로 뚝심 있게 밀어붙이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자신의 생각을 담백하게 술술 풀어내는 그를 보니 짜여진 각본처럼 경직된 말들로 이것저것을 읊어대는 배우보다 훨씬 솔직하게 느껴졌다.

한복, 의사 가운 그 다음엔 ‘유니폼’ 입을까

‘성균관 스캔들’에서 조선 시대 유생 남명식 역을 연기하던 그가 한복을 벗고 흰 의사 가운을 입었다. 극 중 내내 한복만 입었고 가운만 펄럭였다. 유난히도 입는 것에 복이 많은 남자인가 싶다. 흔한 현대복식을 연달아 포기하게 만든 캐스팅 운에 대해 다음엔 자신의 옷을 입고 싶단다.

“공교롭게도 ‘내 딸 서영이’가 현대극임에도 다 내부신 이었던 터라 가운 입은 모습 밖에 보일 기회가 없었다. 평소 믹스매치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 감각을 살려 드라마를 통해 온전히 내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고가랑 저가를 섞는다거나 말끔한 수트룩에 화려한 컬러 포인트 하나쯤을 더하는 센스 정도는 있다”

사실 주아성은 대학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다. 다음은 한복도 의사 가운도 아닌 ‘제 옷’을 입고 싶다며 강력히 의견을 피력했지만 은연 중 축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기획된다면 출연해 보고 싶다 말한다. 다부지게 다져진 몸매로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전공인 축구를 보다 현실감 있게 연기할 그 모습, 안방극장의 여성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비주얼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운전만하던 단역에서 박해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내 딸 서영이’에서 주아성은 재치 있고 유능한 레지던트 2년 차 재희 역을 맡았다. 의국 내 감초 같은 역할로 박해진과 박정아 사이에서 든든한 후원자로서 활력소가 되는 캐릭터 였다.

“이번 역할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의사라는 낯선 직업에 준비도 철저히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활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준비를 많이 했기에 조금은 아쉬웠지만 분위기가 유난히 좋았던 현장에서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은 기분이다”

주아성의 첫 필모그래피를 장식한 작품은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었다. 단역이었고 심지어 대사도 없이 운전만하다 끝난 역할이었다. 그럼에도 운전수였던 자신이 의사 가운을 입고 배우 박정아의 든든한 조언을 들으며 브라운관에 함께 얼굴을 비출 수 있었던 지금, 설레임 가득한 눈빛은 심장처럼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보통 신인들이 맡는 역할은 대사가 많지 않다. ‘내 딸 서영이’에서 맡은 재희 역도 그랬으나 이상하게 조급함이나 부담이 없었다. 편한 현장 분위기도 참 좋았고 (박)정아 누나와 (박)해진이의 진심어린 조언에 현장을 보다 즐기게 됐다. 연기를 한다기보다 ‘이런 모습을 한번 보여 볼까’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했다”

오디션 낙방이 ‘상남자’ 때문이라고?

꽤 오랜 시간을 축구를 하며 거친 것들이 몸에 더 익숙했을 법하다. 삼촌으로부터 우연찮게 들어온 웨딩모델 제의에 응했던 것이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엔 배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없었다. 운동을 못하게 되었을 때 그 허전함을 자연스레 연기가 채워줬던 것 같다. 앞서 말했다시피 대사 하나 없던 운전수에서 시청률 50%에 육박한 드라마에서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받아 연기하게 된 오늘날 까지 그 사이사이에 벌어졌던 녹록치 않은 현실과 부딪히며 느껴온 바가 많았다”

그는 스텝 바이 스텝으로 밟아 가는 과정 속에 비로소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 케이스다. “현실적으로 연기에 대한 갈망은 있는데 캐스팅도 쉽지 않고 조금함도 생기고 언제나 확신은 가득 차 있었지만 돌이겨 보면 그 확신조차 헛된 것 이었다”

결국 그는 자신을 너무 믿었던 것에 모든 원인과 이유가 있었다. 자신에 대한 탐구를 별로 안 했던 것 같다고. 숱하게 낙방한 오디션 현장에서 그는 줄 곧 상남자 스타일만 밀고 나갔다며 수줍게 회상해본다. 그랬기에 기회와 깨우침을 준 ‘내 딸 서영이’는 엄청난 행운이자 도약의 발판이 됐었을 수밖에.

앞으로 연기해 보고픈 캐릭터가 있냐는 질문에 악역 한번 해 보고 싶다 말한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를 보며 평소 표현해 보지 못한 감정을 연기로나마 시도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더불어 악역은 더 많은 연구와 집중력이 필요로 할 텐데 그 부분을 나 자신이 어떻게 소화하고 표출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시험도 해보고 싶다”

사실 출연했던 드라마, 영화가 얼마 없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터뷰 내내 성실하게 답변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할 말 많은 배우가 될 주아성. 그의 이름처럼 함께 열연한 톱 배우들의 아성을 뛰어넘는 연기파 배우로 성장하길 바란다.
(의상: 카이아크만, 플랫폼, 갭/ 슈즈: 프레드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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