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나 기자] 국내 패션시장에 SPA 브랜드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토종 SPA’라 불리는 국내 브랜드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동안 자라, H&M, 유니클로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던 SPA 시장에 에잇세컨즈, 미쏘, 탑텐 등 국내 브랜드들이 합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 사실 그 전에도 SPA를 표방하는 브랜드들은 많았지만 진정한 SPA다운 체계적인 시스템과 대규모 물량, 기획 시스템 등을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1~2년 전부터 국내 패션업체들이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토종 SPA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에 맞는 디자인과 핏, 합리적인 가격, 스피디한 상품 기획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에잇세컨즈-미쏘-탑텐, 가파른 성장 가속도
토종 SPA브랜드의 물꼬를 튼 것은 이랜드월드의 미쏘와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를 꼽을 수 있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2월 론칭 후, 1년 만에 600억원을 달성, 기존 목표 매출을 초과했다.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을 시작으로 강남역,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주요 상권에 대형 매장을 오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명동점과 강남점의 매출은 월평균 약 15억원, 가로수길의 경우 월평균 13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에잇세컨즈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제일모직이라는 든든한 자본력과 시스템이 뒷받침됐기 때문. 또한 대대적인 TV방송 PPL 등 활발한 브랜드 홍보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인 것도 주효했다. 때문에 일본, 중국 관광객의 구매파워도 높은 것도 특징이다.
제일모직은 올해까지 에잇세컨즈 매장을 총 30개까지 추가 오픈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2015년 중국을 시작으로 동남아, 유럽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2010년 론칭한 미쏘는 빠르게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가진 소싱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이 강점. 대표 매장인 강남점의 매출은 월평균 8억원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3번째 리뉴얼을 진행, 대대적인 변신에 나서고 있다. 고객수와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좀 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7월 론칭한 탑텐은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했지만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1호 매장인 대학로점과 홍대점은 5~7억원대 매출을 기록할 정도. 이를 바탕으로 올해 40개점에서 더블신장을 노려 매출 1,5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같은 탑텐의 경쟁력은 소싱 능력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과 퀄리티다. 자라, 유니클로보다 가격을 20% 가령 낮춘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로엠-휴아유, SPA브랜드로 리뉴얼
토종 SPA브랜드들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기존 브랜드들은 SPA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이미 스파오, 미쏘를 전개 중인 이랜드월드는 자사 브랜드를 SPA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최근 패션 시장의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니즈가 SPA로 옮겨갔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에 기존 브랜드를 변화시켜 새로운 소비자들을 유입시키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후아유와 로엠. 로엠은 기존의 여성스러운 콘셉트는 유지하되 캐주얼을 확대하고 가격대는 낮춰 SPA브랜드를 표방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4월 초 명동 눈스퀘어에 SPA 1호점을 오픈했다. 자라, H&M 등 글로벌 SPA와 경쟁하기 위해 외투류의 가격대를 10% 가량 낮추고 티셔츠, 니트 등 캐주얼과 잡화류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전국 10대 상권에 SPA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 본격화할 계획이다.
후아유 역시 지난해 SPA브랜드로 리뉴얼했다. 자체 물류 시스템을 활용, 신제품을 2주 단위로 선보이고 다양한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안하고 있다.
이처럼 점차 토종 SPA브랜드들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2라운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라, H&M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 면에서 글로벌 브랜드에 밀릴 수 밖에 없는 토종 SPA브랜드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 맞는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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