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소형차=계륵(鷄肋)'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 소형차시장은 그야말로 존재감이 희박하다. 업계 안팎에선 마치 수입 소형차시대가 활짝 열린 것처럼 반응하지만 정작 판매실적은 미미하다. 실제 현재 각사가 판매중인 소형차는 전체 신규 등록대수(3월 기준)에서 4.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소형차 부진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가격' 때문이다. 물론 관점에 따른 입장은 천차만별이다. 우선 소비자는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다. 수입 소형차의 경우 가격에 비해 크기나 편의장치가 충분치 않아 선뜻 구매가 어렵다는 것. 과거와 달리 단순히 '수입차'라는 이유만으로는 사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판매사는 "너무 싸다"고 반박한다. 그들은 가격이 너무 낮아 기대이익도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1대를 팔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은 중형차와 다르지 않은 데 반해 마진이 적어 굳이 소형차를 취급해야 하느냐는 볼멘 소리까지 터져 나온다. 그나마 이득을 보려면 '박리다매'를 노려야 하지만 그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부 영업사원들은 소형차 판매 자체를 기피하는 지경이다.
수입사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입사가 생각하는 제값을 받는다면 소비자가 납득을 못하고, 가격을 낮추면 마진을 포기해야 한다. 한 마디로 현재 소형차 인기는 판매사에게 '울며 겨자 먹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소형차시장에 대한 업체 반응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소형차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중·대형차시장은 이미 성장의 끝이 보이는 상태여서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 필요해서다. 따라서 소형차 존재를 대량판매가 아닌 미끼차종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력차종 판매를 위한 소비자 유인책으로 역할을 축소하는 셈이다.
BMW 1시리즈가 그런 경우다. 폭스바겐 폴로 역시 골프 판매를 위한 유인구라는 시각이 강하다. 출시가 예정된 벤츠 A클래스도 B클래스의 국내 지위를 감안할 때 주력차종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수입사나 판매사 입장에서 가장 악수(惡手)는 소형차에 집중하는 경우다. 브랜드 내 소형차 외에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시트로엥이나 피아트가 해당한다. 주력으로 삼는 소형차가 부진하면 브랜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소형차는 가격에 대한 이해 대립이 첨예한 차급"이라며 "현 상황에선 수입사, 판매사,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구조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시장확대라는 명제가 분명한 만큼 수입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따라서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역할을 축소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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