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영 기자] 솔직한 성격이 배우에게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연예인들의 말 한마디에도 대중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인터넷에는 온갖 자극적인 기사들이 도배된다. 최진혁(28)도 그랬다. 여러 일을 겪은 탓에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민감한 질문에는 말을 아끼려 했지만 "가끔은 배우라는 걸 잊고 살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본체가 워낙 '솔직함'으로 이루어져 있어 털털하고 유쾌하게 여러 이야기를 털어놨다.
특히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 김정현) 구월령 인기 덕분에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느라 최진혁은 서울 시내 이곳저곳을 훑고 다녀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어떤 질문이든 성심성의껏 답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딱 2회면 충분했다. 최진혁은 훤칠한 키에 훈훈한 외모,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괜찮은 외형조건에 꽤 많은 작품에서 비중 있는 역을 맡았지만 뜻밖에 '구가의 서'에 깜짝 출연하며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빛을 늦게 본 편이지만 사실 시작은 화려했다. 7년 전 그는 KBS '스타 오디션'에서 우승하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김범, 박재정 등과 함께 출연했던 그는 "우리끼리는 같은 학교를 나온 것처럼 데뷔 동기라고 얘기하는데 전우애 같은 게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재정이 형 같은 경우엔 KBS '너는 내 운명'이 잘 되고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나왔고 범이도 KBS '꽃보다 남자'가 터져 좋았는데 '나도 뭔가 해야 되는데 나는 왜 이렇다 할 게 없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다. 연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확 잘 풀리지 않으면 힘든 일이 많은 거 같다. 생각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로 복잡했다. '연기를 계속해야 되나' 생각도 했었다"고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지만 고민을 정리하고 다시 배우를 시작한 이유를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솔직하게는 이거(연기) 아니면 할 게 없어요. 그게 좋게 들릴 수도 있고 안 좋게 들릴 수도 있는데… 어디 가서 막노동이라도 하면 힘을 써서 먹고 살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제가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거밖에 없을 거 같아요. 별생각을 다 했어요. '때려치우고 목포 가서 농사나 지을까' 그런 생각도 했죠."
솔직하게 말하는 그에게서 당시의 깊었던 고뇌가 느껴졌다. 이민호나 김수현, 송중기 등 또래 연기자가 급부상할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나는 왜 맨날 비슷한 역할만 하지? 나한테 맡는 역할은 언제 할까?' 하는 고민도 많았다고.
"분명히 마음속으로는 '나한테 맡는 옷을 입으면 나도 잘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이 항상 있었다"는 최진혁은 "조금 어려서 연기를 더 못했던 거 같기도 하고 저한테 안 맞는 옷도 제 옷으로 만드는 능력이 그때는 아예 없었다. 그래서 침체기가 좀 있었던 거 같다"고 회상하며 '맞는 역할'로 '구가의 서' 구월령과 tvN '로맨스가 필요해'의 배성현을 꼽았다.
"구월령도, 배성현도 여자한테 거침없잖아요. 솔직한 매력들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 저한테는 좀 맞는 거 같아요. 말없이 뒤에서 지켜주는 실장님 같은 캐릭터는 잘 안 맞아요. 이제는 저도 경험이 생기고 나이를 먹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조금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는 걸 알겠는데 불과 2~3년 전만 해도 힘들었어요. 오글거리고 마냥 멋있는 역할은 하기 싫었어요."
기자가 "구월령도 마냥 멋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자 최진혁은 "구월령은 특이한 케이스"라고 전했다. 그는 "남자 구미호라는 설정 자체가 너무 임팩트가 컸고 복숭아 따다 주는 게 컸던 거 같다"면서 "요즘에 그런 남자가 별로 없지 않느냐. 구식인데 뭔가 로맨틱해 보이기도 하고 귀여웠다. 그 부분을 많이 살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연기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얘기하던 최진혁은 배우생활 중 겪었던 일을 회상하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서러운 일을 유난히 많이 겪었다"는 그는 "같이 작업했던 친구들이나 나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한테 무시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 것도 하나의 자극이다.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하지만 별별 일을 겪고 나서 그는 더 단단해졌다. 인내의 결과, 최진혁을 찾아온 '구가의 서'는 그의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어쩔 때 짜릿짜릿할 때가 있어요. '이건 100% 진심으로 했다'라고 표현하죠. '구가의 서'에서 소정 역으로 나오는 김희원 선배님은 영화 '아저씨'에서 "쏴 봐. 방탄유리야" 할 때 너무 짜릿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게 얼마 안 됐어요. '로필' 때 좀 느꼈고 이번에는 서화(이연희)가 마지막에 이성재 선생님이랑 악당들을 데리고 와서 제가 부르는데 저한테 고개를 돌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는 진짜 진심이었어요. 되게 서러웠어요. 원래 대본상에도 눈물이 떨어지는 게 아니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는 "그런 느낌을 받을 때 배우가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진심으로 할 때 방송에도 잘 나오더라. 그렇게 계산 없이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진혁은 분명 몸은 지친 듯했지만 인터뷰를 하는 그 자체에 고마움을 느끼는 겸손한 배우였다.
"인터뷰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촬영하면서 겪은 것도 많고 얘기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예능에 나갈 수도 없고 인터뷰 아니면 할 데가 없었거든요. 막상 오면 재밌는데 요즘엔 체력이 좀 힘들고 언플하는 거 같아서 좀 쉬려고요. 비슷한 기사가 많이 나가서 민망한 게 있더라고요."
이제 막 뜨거운 빛을 보기 시작한 최진혁의 배우 인생 제2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 bnt뉴스 DB) ★ 이전 인터뷰: '구가의 서' 최진혁 "사랑하는 사람 위해서라면 구월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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