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기자] KBS2 ‘개그콘서트-네 가지’ 코너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우린 세상 모든 여자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한 가지씩, 도합 네 가지를 가진 남자 ‘네 가지’야!” 이후 인기 없는 남자와 촌티 나는 남자, 키 작은 남자, 뚱뚱한 남자가 등장해 각자의 일화를 밝히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긴다.
그렇다면 이들이 정말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갖췄다는 네 남자는 ‘개그콘서트’의 엔딩 무대를 장식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개그프로그램뿐 아니라, 드라마 속에서도 여자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갖춘 남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극본 구현숙, 연출 주성우)의 마마보이 김철규와 ‘금 나와라 뚝딱’(극본 하청옥, 연출 이형선 최은경) 속 바람둥이 박현태이다.
전 부인에게 “찌질한 마마보이”라는 소리나 듣고 여기저기 상처 주기 바쁜 이들이 대체 어떤 이유로 사랑받고 있는지 살펴보자.
◆ ‘백년의 유산’ 최원영-급이 다른 마마보이 김철규
2012년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532명을 대상으로 ‘절대 결혼할 수 없는 이성의 생활상’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여자의 51%가 ‘마마보이’를 꼽았다. 그러나 드라마 ‘백년의 유산’을 통해 국민 찌질남으로 거듭난 최원영은 회를 거듭할수록 블랙홀 같은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기존의 마마보이들이 1순위를 무조건 엄마로 두고 결혼 후에도 독립성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면, 철규는 결혼 후 애처가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어머니께 되려 큰소리도 치기도 하고 둘이서만 이민을 갈 계획도 세우는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계략으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게 되고, 또 마음에도 없는 여자와 재혼을 하게 되자 철규의 효심에도 바닥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전 부인을 찾아가 갖은 방법을 동원하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부탁하는 찌질남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렇듯 최원영 표 마마보이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그가 단순히 어머니 그늘 밑에 서서 꼭두각시 같은 행동만 보이는 비호감 마마보이가 아니라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진심으로 갈등하는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마마보이이기 때문이다.
◆ ‘금 나와라 뚝딱’ 박서준-치유해주고 싶은 바람둥이 박현태
아버지는 한 분이지만 어머니는 무려 세 분이나 되는 집안에서 태어난 현태. 진짜 친어머니는 판교에 홀로 계시고 본가 둘째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밖으로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출생에 대한 상처가 많다.
이후 현태는 의지와 상관없이 아버지가 정해준 사람과 정략결혼을 하게 됐고, 마음에 차지 않는 현태의 결혼 상대에 그의 친모는 불같이 화를 냈다.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에 현태는 주제 파악을 하라고 독설을 날린 뒤 “한집에 살면서 청담동 그 아줌마가 날 사람으로 대해주는 줄 알아요? 박현준이 날 형제로 대해주는 줄 아느냐고요. 그러니까 그냥 참아요. 나를 봐서라도 좀 참아 주세요”라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눈물을 흘렸다.
그의 차가운 말은 아내에게도 이어졌다. 사랑 없는 상대와 결혼을 하게 된 현태는 결혼 후에도 계속해서 내연녀와의 관계를 끊지 못했고, 그의 행동은 남편과 시댁식구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아내에게 짐을 더했다.
결국 아내 몽현(백진희)은 “그 여자 사랑해요? 당신이 정말 사랑을 알아요?”라고 물었고, 현태는 어릴 적 친구들에게 ‘첩의 자식’이란 놀림을 받았던 일화를 들려주며 “난 걔가 편해. 왜냐하면 걔네 엄마도 첩이거든. 난 걔 못 버려”라고 못을 박는다.
이처럼 철없는 바람둥이 현태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순간순간 드러나는 그의 상처가 캐릭터를 이해하게끔 만들며 동시에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뻐하려야 예뻐할 수만은 없는 마마보이와 바람둥이지만 또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만도 없는 매력적인 두 남자이기에 최원영과 박서준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사진출처: bnt뉴스 DB, MBC ‘백년의 유산’ ‘금 나와라 뚝딱’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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