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스마트 기기에 매달려 있는 20대에게 물어봤다. '자동차가 필요하십니까?'.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아니요, 꼭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요.' 이 말을 듣고 얼마 전 국내 완성차회사 관계자의 말이 즉시 떠오른다. "젊은 층이 자동차를 사지 않아요. 그래서 고민입니다."
자동차를 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 기기를 대신할 만큼 재미를 주지 못해서다. 본질적 이동 기능은 그물망처럼 연결된 대중교통이 해소해주니 그럴 만도 하다. 차라리 운전 시간에 스마트 기기랑 노는 게 훨씬 재미있다는 방증이다. 끼어들기를 걱정할 이유도, 초보 운전자들의 과감한(?) 드라이빙을 탓할 이유도 없다. 지정체 구간도 스마트 기기 하나 있으면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 때로는 밀리지 않는 도로를 아쉽게 여기기도 한다.
심지어 자동차 안 풍경도 변하고 있다. 운전자를 제외한 동승자들의 스마트 기기 사랑은 절대적이다. 옆 자리 운전자를 도와주고, 보조하기보다 스마트 기기에 푹 빠지는 것은 기본이다. 좁은 공간이지만 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식당에 앉아 부모와 자녀가 각자의 스마트 기기만 들여다보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비단 이런 흐름은 한국뿐 만이 아니다. 요즘 일본은 젊은 층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완성차회사가 안간힘을 쓴다. 천편일률적 제품 개발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격의 제품을 내놓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지 않는 자동차 속에서도 잘 팔리는 자동차가 있다. 40-50대 수요자가 대부분인 중대형이다. 이들에게 자동차는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대상이다. 자주 이용하지 않아도 한 대는 있어야 한다는 맹목적 믿음이 있다.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겪으면서 갖게 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덕분에 이들은 자동차회사의 효자 소비층으로 굳건하다. 수요가 세단에서 SUV로 이동했을 뿐 신차 선호의 견고함은 요새와 같다.
그런데 문제는 고령화다. 사회 문제로 대두된 고령화는 자동차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철옹성 같던 중장년 소비자의 신차 교체시기를 늦추기 때문이다. 타기보다 걷기와 뛰기에 집중하고, 대중교통 불편한 곳 아니라면 복잡한 시내에 굳이 가져가지 않는다. 이용횟수가 줄면 보유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대차는 뒤로 미루기 일쑤다. 젊은 층은 스마트 기기로 자동차를 외면하고, 중장년층은 건강을 이유로 자동차를 외면하는 셈이다.
이런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최근 떠오르는 게 스마트자동차다. 젊은 층에게는 스마트 기기와 자동차를 연동시켜 주고, 중장년층은 바이오를 접목한 건강관리 기능을 담는 것이다. 더 이상 200마력, 300마력 등의 숫자적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배기량 커봐야 세금만 많이 낼 뿐이다.
요즘 완성차회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스마트자동차를 위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특히 IT 인력은 기근이나 다름없다. 자동차를 굴뚝산업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여전하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개방이다. 모든 걸 내부 인력으로 해결하는 대신 아이디어 시장을 열어주라는 의미다.
지난 30일 '창조경제와 한국 자동차산업의 진로 세미나'가 열렸다.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창조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원론적인 얘기만 오갔을 뿐 방법론은 어느 누구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동차 IT 아이디어 공모전'을 하면 된다. 다만 그 곳에서 얻은 아이디어 가치는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 각종 공모전에서 얻은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몰래 훔쳐가는 시대는 끝났다. 공모전 통해 얻은 쓸 만한 아이디어에 상을 주지 않고 개발에 슬쩍 적용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스마트(smart) 인력 확보는 요원한 일이다. 열어주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생존을 위한 스마트 자동차의 시작일 것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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